농업의 현대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공지능(AI)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 네덜란드 등 글로벌 농업선진국의 경우 AI에 기반한 다양한 연구 및 혁신을 통해 농업의 전략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농업연구청(ARS)은 SCINet(과학 컴퓨팅 인프라 네트워크)로 불리우는 AI 플랫폼을 운영한다. 2000명 이상의 USDA(농무부) 연구자와 대학 파트너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지원함으로써 유전체학, 식물육종, 동식물 질병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발견을 촉진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곡물 수확후 해충 방제 시스템 구축은 한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곡물 생산자는 수확후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곡물 저장시 해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했다.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이 수반됐다. ARS는 AI를 사용해 쌀바구미 등 저장곡물 해충 5종에 대한 '이미지 기반 식별 기술'을 개발하면서 최소 96%의 정확도로 해충을 방제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2배이상 가져왔다.
AI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디지털화는 더 방대하게, 더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 혁신(R&I) 프로그램인 Horizon 2020(7개 프로젝트, 6300만 유로) 및 Horizon Europe(15개 프로젝트, 7500만 유로)을 통해 농업 및 농촌 지역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농식품 비즈니스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이같은 '글로벌 농업 AI전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기술혁신이 경제·사회 전반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시점에서 첨단기술을 융합한 농업과학기술로 농산업 구조의 혁신과 미래사회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장 출신인 이승돈 농진청장의 출사표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우리 농업과학기술은 세계 5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심화되는 기후위기,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농촌소멸 등 절박한 현실 앞에서 기술적 해답을 드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AI 첨단기술을 농업과학기술에 적극 융합함으로써 식량자급률 55% 달성과 누구나 살고 싶은 삶터·일터·쉼터로의 농촌 구현에 적극 나서겠다"고 20일 밝혔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농업과학기술 인공지능 융합 전략'을 마련하고 △AI융합으로 농업과학기술 현안 해결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AI 생태계 조성 △AI 시대에 맞는 농촌진흥사업 전 과정의 가속화 등 3대 혁신 전략과 10대 중점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업을 전통적인 경험 의존 산업에서 데이터·AI 기반의 지능형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농가 수입 20% 향상 △농작업 위험 20% 경감 △개발보급 기간 30% 단축 목표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AI융합 농업과학기술 현안 해결을 위해 대국민 AI에이전트 서비스인 'AI이삭이'를 '올타임(All-time) 농업기술정보 서비스'로 확대 개편한다. 1년 농사 계획부터 당일 농작업 결정까지 전(全)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가소득 조사 자료를 학습한 생성형AI가 경영 상태를 분석, 농가별 맞춤형 해법을 제공함으로써 농가 경영비를 5% 절감시키겠다는 목표다.
이 청장은 "올해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1000개 농가로 확대해 이후 'AI 이삭이'에 탑재해 원하는 모든 농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을 활용한 AI 병해충 솔루션을 고도화 해 2029년까지 82개 작물, 744종의 병해충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해충 등에 대한 적기 방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디지털육종플랫폼'을 구축, 2027년까지 59개 품목의 표준화된 육종 정보를 민간에 전면 개방한다.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2027년까지 30억건의 고품질 데이터 구축 △농생명 빅데이터 학습·추론을 위한 2028년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시대에 걸맞는 농촌진흥사업 혁신을 위해 △디지털 노동력 활용을 위한 AI에이전트 도입 △연구와 현장 실증을 병행하는 융합형 보급체계로의 전환(기술 보급기간 7년→5년으로 단축) △농촌 기능 회복을 위한 인문 사회분야 연구기능 확대 △AI융합 총괄 '기술융합전략과' 신설(25년) △농업인안전과 신설(26년)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술협력국내 국제기술협력과와 국외농업기술과의 중복기능을 통합해 '농업ODA과' 신설도 추진한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AI 시대에는 기술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현장에서 잘 활용해 효율적 성과를 창출하는 일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이 농업인과 국민을 위한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