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기업이 영국에 물건을 팔 때, 완화된 원산지 규정을 적용받는다. 비자 발급도 원활해져 우리 엔지니어, 유지·보수 인력의 영국방문도 수월해진다.
산업통상부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6위, 유럽 2위의 거대시장이자 국제시장 은행 차입, 외환거래 등에서 세계 점유율 1위인 글로벌 금융·투자 허브다. 다만 양국 간 교역액과 대영(對英) 수출액은 세계 20위권에 불과하다.
양국은 이미 FTA 원협정에서 상품 시장을 대부분 개방했다. 정부는 대영 수출품목 중 99.6%가 무관세라 추가 개방 협상보다는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적용된 원산지 기준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2024년 대영 수출액의 36%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 10%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았으으나 앞으로 그 기준이 25%로 낮아진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 흑연 등 수입 원료의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관세 30%가 적용되는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와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 밀가루,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됐으나, 해당 요건이 삭제되면서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협상에서 우리측만 고속철 시장을 개방했던 것도 바로잡았다. 이번 개선 협상을 통해 영국 고속철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서 유럽 고속철 시장 진출의 기회가 한층 높아졌다.
비자제도를 정비해 영국 진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입국비자 리스크를 해소한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제조공장 설립 초기에 한국의 엔지니어, 기계 및 설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케 하는 약속이 포함됐다.
특히 기술 인력의 영국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었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영국 진출기업이 한국 내 본사에 고용된 인력만이 아닌 협력업체의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불거진 희토류·요소수·배터리와 같은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한 점도 의의가 크다.
공급망 교란이 발생한 경우,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고 △교란 품목 신속 수출 △대체 공급처에 관한 정보 공유 △기업(B2B) 매칭 등 공조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환경에서 자유시장질서를 공고히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장자유화 요소뿐만 아니라 디지털 무역, 공급망 안정화 협력 등 변화하는 통상환경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협력 규범 또한 다수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