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추진에 쿠팡 사태까지…한미 통상마찰 불씨되나

세종=박광범 기자
2025.12.21 14:47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율을 위한 입법 시도가 한미 통상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입법 과정에서 국내외 기업 간 차별이 없을 것이란 정부의 거듭된 설명에도 미국 측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2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예정돼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이 회의는 한미가 지난 10월 말 체결한 한미관세 협상 후속 조치로 비관세 분야 합의 세부 이행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차별적이라고 판단하는 디지털 규제를 한국이 추진하는 것을 취소 사유로 보도했다. 해당 규제는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가로 미국 기업에 불리한 디지털 규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미가 체결한 팩트시트에는 '네트워크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온플법 제정은 여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온플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 및 의회, 기업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앞서 스콧 피츠제럴드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지난 16일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의 미국 기업에 대한 디지털 규제가 한국 등 동맹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혁신을 모방한 다음 그러한 혁신을 만들어낸 (미국) 기업을 규제해 없애버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USTR 역시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에 "EU와 유사한 디지털 규제를 추진하는 나라들에는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연기가 결정됐단 입장이다.

특히 미국 측 반발이 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 규제 부분은 뺀 온플법을 추진한단 입장으로, 미국 플랫폼 기업이 차별받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의 특별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플랫폼 규율을 위한 입법 자체는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안전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회의 디지털 시장 입법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트랜드를 보면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확대되는데 전통적 규제 방식으로는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 새로운 법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에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최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 문제가 향후 한미 통상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쿠팡 사태를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부처 대응 태스크포스(TF)'는 단순 사고 조사를 넘어 기업 책임성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쿠팡을 겨냥한 강제조사권 도입과 영업정지 등의 강력 제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 위원장은 지난 19일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소비자 정보 도용 및 재산상 손해 발생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우선이라면서도 "소비자의 재산 피해 등이 있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쿠팡에 요구해야 하며 쿠팡이 이를 적절하게 실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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