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형벌 311개, 금전 재제로 대수술…과징금 수준 대폭 강화

세종=박광범, 이승주 기자
2025.12.31 04:42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중대 위법행위에 적용되던 낡은 경제형벌 규정을 대폭 손질한다. 형사처벌 조항은 폐지한다. 대신 과징금 한도를 최대 10배까지 늘려 기업들의 금전적 책임을 강화한다. 동시에 민생 안정을 저해하는 과잉 형벌도 완화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총 331개 과제다. 지난 10월 말 발표된 1차 과제 110개의 3배가 넘는 수다.

2차 방안은 △금전적 책임성 강화 △사업주 형사리스크 완화 △민생경제 부담 완화 등 3대 정비방향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과도한 형벌 규정을 없애는 대신 강력한 금전적 제재로 실질적인 위법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쿠팡, 이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대리점이나 납품업자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기업들이 담합 행위를 했을 때의 과징금을 대폭 상향한다.

예컨대 대형마트 등이 납품업자의 다른 유통망 공급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형벌 조항(징역 최대 2년)을 폐지한다. 대신 시정명령과 함께 정액과징금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10배 상향한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형벌 정비에 따른 후속조치로 과징금 수준을 크게 올린다. 담합을 비롯해 시장 질서를 크게 해치는 행위에 엄정 대응한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격이나 생산량을 짬짜미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경우 현재 40억원으로 돼 있는 정액과징금 한도를 100억원으로 올린다. 정률 과징금 기준은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인다.

다만 단순 행정 실수나 생활 밀착형 위반에 대해서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 가령 지금은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기업 사업주가 함부로 회사 이름에 '금융투자'를 썼다가는 징역 최대 1년·벌금 3000만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완화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형벌 중심 제재에서 벗어나 시정명령과 고액 과징금으로 기업 위법 행위를 실효적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미한 행정 의무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해 사업자의 경영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정은 다음 회의에서 배임죄 대체입법과 관련한 진척 사항을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배임죄 폐지에 따른 대체 입법안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권칠승 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태스크포스) 단장은 이날 당정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실무적 부분들에 대한 보고와 체크가 있었다"며 "다음 당정협의 때는 배임죄와 관련한 진척된 사항을 발표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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