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현 국세청장이 뽑은 칼…밀가루·설탕·생리대 등에 주목한 이유는

세종=오세중 기자
2026.02.09 16:54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스1.

국세청이 민생침해 분야에 대한 세무조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가격 담합이나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세금을 회피한 사례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를 강조하듯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벌써 4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민생 침해 사례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세청이 민생침해 분야를 연달아 집중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물가안정과 민생에 초점을 두고 임 청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민생분야는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항"이라면서도 "민생침해 분야에 최근 이례적으로 집중된 것은 대내외 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할당관세(특정 수입품목에 일시적으로 관세를 낮춰주는 것) 등을 악용해 수익을 내고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업체에 대한 엄중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할당관세 적용을 받고도 가격 인상 담합, 일감 몰아주기, 원가부풀리기 등으로 서민에 부담을 떠 넘긴 밀가루·설탕업체 등이 대거 조사대상이 된 이유다. 기업들은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익을 불렸지만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번 4차 조사대상에 오른 밀가루 가공업체인 대한제분(곰표)은 가격 인상 담합으로 시장 교란은 물론 수년간 가격을 45% 올려 폭리를 취했다. 심지어 담합 이익을 숨기려 거짓 계산서까지 주고받으며 원재료 매입단가도 부풀리기도 했다.

또 사주일가에 70억원 이상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면서도 사주 스포츠카 수리비 등 사적인 비용까지 회삿돈으로 처리했다. 검찰에 적발된 대한제분과 연루된 밀가루 가공업체 7개사의 담합 액수만 무려 약 6조원에 달한다. 대한제분의 탈세 혐의 액수는 1200억원대에 달한다.

간장과 고추장 등을 만드는 샘표식품도 주요 원재료의 국제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과점적 지위를 이용 가격을 10% 넘게 올렸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설탕 시장 역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제당사들의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설탕 담합 규모는 3조2700억원대로 확인됐다.

1차 조사 결과에서 적발된 오비맥주도 110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광고비로 변칙 처리한 것이 드러났다. 원재료 구매대행업을 하는 특수관계법인에 약 450억원을 수수료로 과다지급해 이익을 공유해 제품 가격만 22.7% 올랐다. 오비맥주의 추징금은 약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세청의 연이은 민생침해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서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현장의 문제는 국가공권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시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도 "부당하게 담합해 물가를 올린 사례, 시장 독점력을 활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