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할 때 귀속임대료를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이용자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정책 제언이 나왔다.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이용자에 부담하게 함으로써 수요가 급증하는 대도시권에 노인요양시설 공급을 늘리자는 취지다.
한은은 또 병원 장례식장 안에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급속한 초고령화에 따른 생애말기 필수인프라 확충 차원에서다.
한은은 10일 오후 한은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연세대학교 인구와 인재연구원과 공동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급속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 진입으로 사망 전 1~2년의 중증 돌봄과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당 인구는 2001년 14만8000명에서 2025년 29만2000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63만9000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행 공급 구조와 제도는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장기요양과 돌봄, 장례 등 생애말기 필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2008년 이후 중증 돌봄이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와 '일상생활 활동 제약 고령인구'는 각각 연평균 3.6%, 4.2% 늘어난 데 비해 입소 현원은 2배가량 빠른 연평균 8.0% 증가했다. 화장시설도 2000년 이후 사망자수(연평균 1.5%)보다 화장건수 증가세(6.0%)가 빠르게 늘며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등했다.
공급은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입소정원은 2008년 이후 연평균 8.4% 증가했지만, 선호도가 높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평가 A·B등급 시설은 여전히 38%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유효 공급'이 여전히 미흡해 요양시설 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배경이다.
화장시설 역시 일시적 수요 급증이나 팬데믹 대응에 한계를 보인다. '3일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2년 73.6%로 하락 후 2025년 75.5%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대도시와 지방 간 수급 불균형 해결이 시급하다는 게 한은 지적이다. 수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비용 대비 공급자의 편익이 낮아지는 인센티브 불일치가 문제라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입소자의 장기요양등급과 이용일수에 따라 모든 시설에 동일한 금액(1등급 기준 9만3070원)을 지급하는 '일당 정액수가제' 하에선 부동산 비용 격차가 반영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비용의 지역 간 편차가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 인센티브 구조 탓에 민간 공급자가 수요가 많은 대도시권에 노인요양시설을 설립하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은은 '귀속임대료 비급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요양비와 거주비를 분리하고 토지·건물 소유로 인한 기회비용인 귀속임대료를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이용자 부담 증가 우려에 대해선 "귀속임대료 비급여화는 단순한 부담 증가가 아니라 비용 합리화를 통해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선택권을 보장하는 과정"이라며 "편익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며, 공적 자원 배분 측면에서 한정된 재원을 임대료 보전 대신 서비스 질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함으로써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시설의 경우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화장시설은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과 행정적 제약 등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은은 대규모 시설 대신 장례식장 내 1~2기 규모의 소규모 시설을 도입하면 주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주민 대상 우선 이용이나 비용 감면 등 혜택을 주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획일적인 '1지자체 1화장시설' 원칙에서 벗어나 수요가 많은 대도시권 등에 소규모로 화장시설을 분산 설치하면 수혜 지역이 비용을 직접 부담하게 돼 지역 간 갈등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병원 내 화장시설 도입은 이용료 급등을 초래하기보다 공공과 민간의 공존을 통해 전체 장례비용을 효율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유족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원인은 화장 적체로 인한 장례기간 연장인데, 시설 확충으로 3일장이 정상화되면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