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력망 구축 원년…"태양광 활용도 높이고 시장 개편도 시작"

조규희 기자
2026.02.20 12:17
연일 북극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23일 경기 화성시 멱우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소 주변이 얼어 있다. 2026.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대한민국 전력망의 패러다임이 변한다. 대형발전소 위주의 전력계통을 재생에너지 활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에 따른 시장제도 개편과 산업생태계 조성도 시작된다. 정부는 올해를 재생에너지 주력 발전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분산형 전력망 포럼'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올해 3210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시작했다.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은 탄소중립 시대의 맞춤형 전력망으로서 '태양광 등 분산형 발전원을 최대한 수용하고 각 지역별로 특화된 최적의 전력 지산지소 실현을 위한 지능화된 전력망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현재 전력 시스템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도입된 대형발전기 위주다. 과거에는 대형발전기가 위치한 송전망을 통한 계통 운영이 중요했으나 지금은 태양광 등이 대부분 위치한 배전망 운영의 중요성이 커졌다. 배전망은 전력을 수용가에 보내는 단방향 망에서 발전과 수요자원이 공존하는 복합적 계통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지역단위 배전망 혁신을 추진한다. 배전망 포화로 태양광 접속대기가 심각한 배전망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대폭 보급해 태양광 추가접속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20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85개의 에너지저장장치를 배전망에 구축할 계획으로 구축이 완료되면 약 485MW(메가와트)의 태양광 추가 접속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햇빛소득 마을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에너지저장장치 보급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배전망에 접속된 농공단지, 대학가 등 중소형 부하에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보급해 수요를 평탄화하는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자립형 전력망)도 구축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소각시설 확충사업 신속 적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2.12. /사진=뉴시스

앞으로 배전망에 유연성 자원이 대폭 확대되고 태양광이 추가 접속되는 만큼 계통안정화를 위해 한전은 배전망 관리자에서 운영자(DSO: Distribution System Operator)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차세대 배전망 운영시스템(ADMS)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추가접속 태양광으로 인해 배전망 과부하가 예상되면 에너지저장장치 충전을 지시하는 등 동적제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력망 건설을 대체하는 유연성 자원에 대한 별도의 보상체계인 '전력망 비증설대안(NWAs)' 제도도 도입한다. 배전망에 에너지저장장치가 구축되면 태양광 추가접속이 가능해져 추가접속을 위한 망 건설을 대체할 수 있는 만큼 망 공사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자에게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제주에서 시범 운영되며 올해 하반기까지 육지 확대를 목표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시장제도 개편 또한 주요한 정책 방향이다. 제주를 중심으로 혁신적인 시장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력수요 입찰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잉여발전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난방 자원화(P2H), 전기차 충전(V2G) 등 다양한 수요로 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최소출력 보장을 위한 발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발전원에 대한 가격입찰도 추진한다. 아울러 육지에서도 제주에서 추진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 선도를 위한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산업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전 세계 전력망 투자는 2030년 37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에너지 공대, 광주과기원, 전남대, 전력 공기업, 민간 기업 등이 힘을 합쳐 '케이-그리드(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실증해 볼 수 있는 실증단지(테스트베드)가 마련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맞춤형 전력망으로서 속도감 있는 구축이 필요하다"며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만큼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학계, 유관기관이 힘을 합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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