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물가·교육 등 생활 밀착 현안을 직접 언급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부 부처에서는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지시가 이어지면서 기존 정책 일정과 부처 내부 정책 발굴 동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세제 정책이다. 통상 정부는 매년 7월 세법개정안 발표를 기준으로 연간 정책 일정을 짠다. 각 부처가 사전에 정책 과제를 발굴해 재정경제부와 협의하고 입법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나 국무회의 등을 통해 부동산 세제나 생활물가 문제 등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정책 검토 요구가 잇따르자 실무 부처에서는 대응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 A씨는 "대통령이 특정 분야를 콕 집어 지적하면 관련 부처가 그 방향으로 집중하게 된다"며 "대통령의 타깃이 되는 분야의 주무과는 업무 과부하가 상당히 심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관심 사안으로 지목될 경우 해당 정책은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 돼 중간 보고·점검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국무회의 운영 방식 변화에 따른 부담도 크다. 경제부처 공무원 B씨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어떤 이슈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 번 언급되면 해당 과나 담당자가 급격한 업무 과부하에 걸린다"며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오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라도 바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폭탄 돌리기처럼 업무 부담이 부서 사이에서 이동하는 느낌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지시에 대응하는 업무가 과중되면서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정책을 발굴해 올리는 '바텀업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처 내부 정책 기획 역량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공무원 C씨는 "국정과제 채택 이후 모든 사안은 범부처 추진단 중심으로 돌아가고 실무 부처는 세부 집행이나 제도 정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라며 "대통령이 정책을 전반적으로 컨트롤하고 부처는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의 정책 추진 방식이 이전 정부보다 훨씬 세밀하고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교복 가격이 60만원에 달한다"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곧바로 교복 가격 구조 점검에 나서는 등 신속한 대응이 이어진 것이 대표 사례다.
공직사회도 점차 이 같은 정책 추진 방식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경제부처 간부급 공무원 D씨는 "윤석열 정부 때보다 정책을 훨씬 디테일하게 챙기는 편"이라며 "생리대 가격부터 부동산, 주식시장까지 특정 포인트를 집어 지적하면 바로 성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메시지가 강할수록 정책 방향이 분명해지고 관계 부처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E씨도 "현 정부 들어 정책 추진 텐션이 높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하면서 공직사회 긴장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