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유가 급등, 환율 급등에 사모신용발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까지

최민경 기자, 세종=김온유 기자
2026.03.18 17:10

[2008년과 유사한 2026년, 사모신용발 경고음]⑤

금융시장 리스크/그래픽=최헌정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등장했다. 고유가·고환율·신용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트리플 악재' 국면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17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20% 상승한 배럴당 103.42달러에 마감했다. 4일 연속 100달러를 상회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17일 장중 한때 1500원선을 뚫으며 국내 증시와 수입 물가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고공행진하면서 고물가 우려도 확산한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가 아닌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될 경우 최근 불거진 사모신용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 기대는 인하에서 동결·인상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은 2조달러를 넘는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스톤·블랙록 등 주요 운용사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1분기 환매 요청은 101억달러(약 14조9000억원)에 달한다. 운용사들은 환매 요청의 70%만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사모대출 특성상 차입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 경우 부실 위험이 빠르게 확대되며 신용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본격화될 경우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시중 자금 흐름이 둔화되는 '신용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사모신용 리스크가 은행 시스템이 아닌 비은행 영역에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전이 속도와 강도가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여건 등도 과거 대비 나아졌다는 평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만큼 심각한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위험구간을 지나고 있다"며 "미국 금리 경로가 인하에서 동결·인상 쪽으로 수정될 경우 환율 변동성과 주식시장 조정, 경기 둔화 압력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불안이 전개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금융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았다"며 "사모대출 운영사와 금융회사로 부실이 번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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