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논의 본격화…"임차농 보호·농지 공공성 강화해야"

이수현 기자
2026.03.27 15:49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지개혁 이후 첫 농지 전수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수현 기자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앞두고 농지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농업계에서 제시됐다. 임차농 피해 등 부작용에 대비하고 농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지개혁 이후 첫 농지 전수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와 농민의길이 주관하고 어기구·서삼석·김정호·송옥주·문금주·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여러 구상이 논의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농지 투기 문제를 비판하며 전수조사와 후속 조치 추진을 지시한 바 있다.

김호 농특위 위원장은 인삿말에서 "농지는 식량주권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이번 전수조사는 농지개혁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역사적 작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며 주기적 조사로 통계를 축적해야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임차농 보호를 비롯해 농업인 기준 재정립, 청년농 육성 등과도 연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조병옥 농특위 농지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은 경자유전 원칙이 현실과 괴리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농지 투기 사태 이후 농지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통계와 현장 간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조 단장은 "1994년 제정된 농지법이 30년간 20여 차례 개정되면서 결과적으로 농지 관리 체계가 약화됐다"며 "현재 농지 관련 데이터는 행정정보와 실제 이용 간 괴리가 크고 국가 차원의 기초 통계조차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전국 단위 전수조사를 통해 실경작자와 임대차, 부재지주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조사 체계의 한계도 언급됐다. 그는 "농지 이용 실태조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적발률이 0.6%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조사 범위에 대해선 "약 195만㏊, 1500만 필지를 대상으로 소유·이용·임대차·직불금 등 2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농민단체는 농지 전수조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조사 과정에서 임차농이 피해를 보거나 경작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전수조사 논의 이후 농민들 사이에서 농사를 줄이거나 그만둬야 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지법이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면서 정작 실경작 농민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해왔다"며 "전수조사는 농지 공공성을 강화하고 농민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전수조사는 투기 세력을 적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농지가 실제 경작자 중심으로 어떻게 이용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조사 항목을 만드는 것보다 조사에 앞서 현장 농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경기도에서 전수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농지 정보 일치율이 60% 수준에 그쳤다"며 "읍·면 단위에서 농지를 담당하는 인력이 1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잦은 인사 이동으로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수조사 이전에 충분한 인력과 재정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임대차와 임차농 보호 문제가 핵심 쟁점인 만큼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겠다"며 "조사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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