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치솟는 기름값…에너지공기업 재무구조 개선 난감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3.30 17:00
이란 전쟁 국면에서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발릭호가 1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인도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6.03.1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문드라 로이터=뉴스1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주요 에너지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수백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이어진다면 에너지 요금 인상 없이는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3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으로 재무구조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이다. 이들 공기업은 과거 에너지 가격 변동에 의한 대규모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채규모가 가장 큰 건 한전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하루 이자비용만 119억원에 달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비용 대부분을 손실로 반영한 탓이다.

우리나라 발전량의 약 30%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차지한다. LNG 가격이 오르는 만큼 전기요금 원가도 올라가는 구조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LNG 가격은 평시보다 7~8배 이상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동결되면서 당시 한전은 2021~2023년 동안 누적 47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 됐음에도 약 36조원의 누적 적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중동 사태로 LNG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한전은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2021년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서민경제 부담과 국민여론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LNG 가격 인상은 가스공사 재무에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가스를 수입해 공급하는 사업자다. LNG 가격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가스공사 역시 한전과 마찬가지로 러우 전쟁으로 인한 수입단가 상승을 가스요금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상태다. 가스공사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가스에 대해 그 차액만큼을 미수금으로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손실에 해당하지만 가스공사는 이를 추후에 회수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채권으로 취급해 자산으로 반영한다.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4조1348억원이다. 가스공사의 총자본은 약 10조8000억원인데 미수금을 손실로 반영할 경우 총자본은 마이너스, 즉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해외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석유공사의 경우 유가 상승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외화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 부채 증가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석유공사의 총자본은 마이너스 1조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은 구입전력비 절감,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요금이 현실화하지 않는 다면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동아시아 LNG(JKM) 선물 가격은 2월 말 MMBtu(100만 열량단위) 당 약 10.5달러 내외였으나 현재는 20달러 수준으로 2배 상승했다.

올해 국내 LNG 수요는 약 4720만톤으로 예상되는데 전쟁이 장기화 할 시 동절기에 대비한 현물 추가 도입 필요성이 발생하면서 도입단가 인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연구원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4월말 종결할 경우 국내 LNG 도입단가는 15~16.7달러 수준에서 점차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6월말까지 이어진다면 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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