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이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와 반도체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 등의 영향이다. 민간 소비도 선방하며 성장률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38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기대비(이하 같은 기준) 1.7% 성장했다. 이는 2020년 3분기(2.2%) 이후 최고치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9%였다.
'깜짝 성장률'의 배경은 반도체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 분야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55% 수준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설비투자는 각각 5.1%, 4.8%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0.5% 늘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민간소비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민간과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1.7%p, 0.0%p다.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0.6%p, 1.1%p다. 민간과 수출 중심의 성장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반도체 호황과 무관치 않은 결과다.
성장률 하방의 주요 요인이었던 건설업도 어느 정도 선방했다. 지난해 4분기 4.5% 감소했던 건설업은 1분기에 3.9% 증가하며 성장에 기여했다. 건설투자도 2.8% 늘었다. 다만 전년동기 대비(-1.4%)로는 여전히 건설업이 성장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 전쟁의 여파는 이번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중동 전쟁이 지난 2월 말에 발발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3월 하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이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2분기는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 영향 본격화 등이 중첩되면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연간 성장 전망은 중동 전쟁 전개 양상 등 높은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DI는 올해 1분기에 7.5% 증가했다. GDI 증가율은 1988년 1분기(8.0%) 이후 38년 만에 최대다.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 따른 결과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에 더해서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자본시장 활성화, 소비 지원대책 등 정책효과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