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은 부총재 "금리 인상 전환 고민할 때…물가 압력 상당"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최민경 기자
2026.05.04 10:00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최근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이후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진 반면,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한 유 부총재는 3일(현지시간) 출장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좋아졌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심리도 많이 살아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4차례(100bp=1%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이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 부총재는 "작년 말까지는 금통위에서도 경제 상황이 괜찮으면 한 번 더 내렸다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해도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올해 여러 상황이 바뀌고 이란 전쟁 발생으로 고민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사이클 전환 이유론 성장률과 물가를 꼽았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은 2.0%, 소비자물가는 2.2%로 전망했다. 유 부총재는 "전쟁 직후인 4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엔 전망 대비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보면 성장은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고, 물가는 2.2%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석유최고가격제 등 정부 대응을 감안하더라도 상방 압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금리 경로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2월 점도표에선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 21개 중 16개의 점이 현 수준과 동일한 기준금리 2.5%에 찍혔다. 4개의 점은 2.25%에, 1개의 점은 2.75%에 자리했다.

유 부총재는 "성장보다 물가에 부정적 측면이 강한 현 상황이 5월 금통위까지 확인된다면 2월 점도표보다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점도표의 확률분포가 전반적으로 조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점도표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점도표는 조건부 확률분포이고, 조건이 많이 바뀐 상황에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선 "한국은 성장률도 꽤 높고 경상수지도 흑자이며 수출도 좋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 왜 환율이 높냐는 질문을 외국 인사들로부터 받았다"며 "경상수지 흑자, 물가 수준, 성장 등 펀더멘털을 볼 때 환율이 과거에 비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화유동성 위기나 자본유출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에서 내년 1.5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것엔 동의하지 않았다. 유 부총재는 "잠재성장률은 굉장히 내기 어렵고 복잡한 지표"라며 "경제위기가 아니면 불연속적으로 뚝 떨어지는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2% 수준에서 2% 밑으로 내려가는 정도로 알고 있다"며 "1.57%까지 떨어진다는 숫자는 다소 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를 함께 드러냈다. 그는 "지금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성장률이 높은 것이고,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반도체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반도체 경기가 좋으면 국내 소비와 건설 등으로 낙수효과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효과가 약하다는 점도 걸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반도체 사이클이 기존 사이클보다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걱정의 정도는 줄었다"고 평가했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기 전까지 다른 경기를 부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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