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장 안과 밖의 분위기는 달랐다. 교섭장 밖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정부와 사회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하지만 교섭장 안에서는 오히려 사측이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조는 수용했으나 사측은 '경영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유보를 택했다. 노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에도 교섭 과정에서는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정안이 제시되면서 협상 결렬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부와 경영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성과급을 주장하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고 400만 국민들이 투자하는 국민주라는 점에서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조가 아무리 경영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주장을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에서도 비판적인 메시지가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조가 이익을 관철시키는 데에도 적정한 선이 있다"며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대통령은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고 정부도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며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세금도 떼기 전에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파업이 발생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협상 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의 생산차질은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파업은 우리 반도체 산업 전반의 신뢰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마저 비판적 메시지를 연이어 내면서 노조의 입지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세 여론과는 달리 협상장 내부에서는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정안이 제시되면서 사측이 더 불리해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노조측은 동의했지만 오히려 사측이 유보를 결정하고 서명하지 않으면서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결렬의 책임은 사측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노위의 조정안은 삼성의 경영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는 점에서 결렬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조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측의 공식입장을 종합해 보면 조정안 내용 중 적자 사업부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분배비율이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경영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에도 성과급이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을 중재했던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그 항목(분배비율)은 노조가 많이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일방에 유리한 결정이 아닌 양보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조정안에 대해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영업이익에 기여한 주체는 근로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주주, 정부 등 다양한데 이를 일정 비율로 제도화해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정부는 협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 입장에서 노조를 달래기 위해 노조의 주장을 일정 부분 반영한 조정안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