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석유류 물가를 상쇄하며 '방파제' 역할을 해오던 농축수산물 물가가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체 물가지수까지 밀어 올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중동 전쟁의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머물거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고물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석유류 물가는 3월(9.9%), 4월(21.9%), 5월(24.2%) 모두 전년 대비(이하 같은 기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기간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가공식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밀가루, 설탕 등 담합 제재로 가격이 하락했고, 농축수산물의 경우 정부 할인 지원, 비축물량 방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같은 물가 억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가공식품 물가는 3월(1.6%), 4월(1.0%), 5월(0.8%) 오름폭이 줄었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경우 3월(-0.6%), 4월(-0.5%) 2개월간 하락하다 5월(2.2%) 상승 전환했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5월 전체 물가 상승률을 약 0.2%포인트(p) 끌어올렸다.
물가 방어의 핵심 역할을 했던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의 효과도 줄었다. 지난 4월 대비 5월 절반 수준으로 억제 효과가 감소하면서다. 정부는 이들 정책이 △3월 0.6%p △4월 1.2%p △5월 0.6%p 수준의 물가상승 억제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중동전쟁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고 보기 어렵단 입장이다. 다양한 품목의 동시다발적 상승이 아닌 가중치가 높은 일부 품목의 급등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단 이유에서다. 특히 가공식품의 상승폭 둔화와 농축수산물의 하락 전환 등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단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이같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거란 의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3월 석유류가 31.6%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6%를 기록했는데, 이후 9.0%(9월)까지 치솟았다. 2022년보단 상승률이 낮지만 향후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전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5월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35.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축산물과 수산물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0.8%)을 제외한 축산물(5.8%)과 수산물(5.0%)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다. 정부는 5~6월 중 농축수산물에 220억원의 할인을 지원하는 등 물가 방어에 나선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향후 장바구니 물가, 체감물가는 정책 최우선순위 두고 할인지원 등 할 수 있는 노력 다해 물가 안정 되도록 하겠다"며 "계란은 특란 30구 기준 할인폭 확대했다. 닭고기도 오르고 있지만 납품단가 인하해 최대한 안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산물의 경우 국민 많이 먹는 6종, 마른김 할인을 확대하겠다"며 "금어기 수산물 잡히지 않아 가격 오르는 부분은 비축물량 확대해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