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기업들은 앞으로 선거없는 2년이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와 정부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 살리기'에 집중하길 바라면서다. 최근 양호한 경제지표가 주로 '반도체 호황' 때문인 만큼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는 한편, 법정 정년 연장 등 경영에 부담이 큰 노동 정책은 속도 조절에 나서야한단 입장이다.
7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상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반도체 호황 영향이 크며 나머지 대부분 업종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 내수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향후 2년 동안 경제 전반의 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 완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이해관계자의 '표심'을 의식해 추진이 더뎠던 주요 규제 철폐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총 100건의 '규제개선 종합과제'를 정부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AI(인공지능) 학습데이터 이용 면책 조항 마련 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선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산업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 도입을 다시 한번 검토할 것을 주장한다.
주요 노동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법정 정년 연장, 근로자 추정제 도입,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정년 연장은 기업 비용 부담 증가, 신규 채용 감소 등 부작용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해선 지나친 경영 부담, 분쟁 증가 등을 이유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도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와 규제 혁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시급한 건 최저임금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이들 업계는 매년 천편일률적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이 현장의 고용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기틀 마련이 필요하다. 지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의점, 음식점, 택시업계 등 취약 업종이나 수도권에 비해 인력난과 경영난이 심한 지방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입범위 확대와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주휴수당 부담에 따른 '쪼개기 알바' 양산을 막기 위해 주휴수당 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저임금에 완전히 산입하는 등 구조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선거철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선심성 규제 신설을 멈추고, 이젠 기업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란 주문도 쏟아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실효성 중심으로 보완하는 게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까지 전면 적용된 이후 여전히 현장에선 모호한 의무 규정과 과도한 처벌 공포로 경영 위축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처벌보단 '예방 중심'의 컨설팅과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연착륙을 돕는 맞춤형 금융 처방이 필요하단 지적이 많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 대출 연체율이 경고등을 켠 만큼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만기 연장 등 유연한 금융 조치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에 부딪힌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폐업하고 신속하게 재취업이나 재창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고용보험 지원 및 재기 프로그램의 정교화도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노동 정책은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선거가 없는 2년간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는 철폐하고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공급난으로 인한 전월세 매물 부족이 서민 주거 안정화를 거듭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집값 안정화와 공평 과세라는 정책 지향점을 얼마나 힘있게 밀고 나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미 선거 이전부터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말들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에 대한 방향성은 이미 제시된 상태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강화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당이 이번 지선에서 전국 단위 선거는 승리했지만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배한 만큼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있을 전망이다.
선거가 없는 2년간의 시간은 정부 부동산 정책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보유세,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는 단어도 수차례 등장했다. 큰 논란이 예상되는 보유세 개편은 중장기 안목에서 접근하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가격비율 등 당장 가능한 과세체계부터 한발 한발 정상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8.67%로 역대 세 번째로 높았던 만큼 여러 불만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시세는 이를 한참 웃돈다. 공시가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참여언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문재인 정부 시절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보유세가 20~30% 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시세에 준하는 수준의 과세를 추진했으나 윤석열 정부 이후 현실화 움직임이 멈춰선 상태다.
신속한 주택 공급도 절실하다. 이재명 정부는 공적주택 110만가구 공급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출범 이후 1년간의 공급 실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공급대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서울 핵심 공급지는 지방정부, 지역주민 등과의 갈등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3기 신도시 사업장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연이 고시됐다. 공급의 큰 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보상과 인허가, 광역교통대책 등 후속 대책 논의도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 등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공급대책 부지 착공을 앞당길 수 있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원활한 협의가 필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론도 강조된다.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는 사장 인선을 마무리짓는 대로 공적 주택 공급에 대한 역할 강화와 함께 내부 조직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주택시장에서 사실상 LH 공급이 멈춰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속도가 관건이다. 공급 체계 연속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함께 신속한 매입 임대 주택 공급 등 당장의 전월세난을 풀어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공급 확대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시장 안정과 형평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증시인 코스피가 대통령 취임 이후 무려 200%가량 뛰었다. 코스피 상승세 유지와 함께 성장시장인 코스닥 활성화까지 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다음 자본시장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5년간 1242조원을 산업 저변에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과 코스닥 승강제 등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들이 본격화될 시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일 한국거래소(KRX)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4% 떨어진 8160.59에 마감됐다. 이날은 미국에서 불거진 반도체 및 AI(인공지능) 정점 우려가 코스피 주도주에 영향을 미쳐 매도 사이드카까지 울렸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 취임 당시 2700대 였던 지수를 고려하면 최근까지 3배 가량 시장 볼륨이 커졌다.
증시 호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들어서면서 운이 좋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상법 개정 및 자본시장 개혁, 생산적 금융 전환 노력 등의 정책적 시너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자본시장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법행위 근절 의지를 보였으며, 올해 전반기 국내 증시의 큰 변수가 될 수 있었던 삼성전자 파업 위기에서도 구두개입 등을 통해 리스크 완화를 시도했다.
아울러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및 자사주 소각 의무 등의 상법개정안, 최근 추진 중인 중복 상장 제도 개선 의지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희석하는 중요한 재료가 됐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상승률 1위라는 압도적 결과를 내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 대통령은 취임 1년만에 여당이 지방정부를 폭넓게 장악하게 됐다"며 "이 같은 성과는 AI 호황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인한 견조한 수출에 힘입은 것으로 이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 여당이 지속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선거 이후에도 구체적인 논의가 예정된 자본시장 정책 과제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우선 코스피 상승세 유지와 코스피 1만 지수 달성을 목표로 추가적인 자본시장 정책 드라이브가 이어져야 한다고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본다. 특히 하반기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시 3%룰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시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더해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 의무공개 매수 제도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 추가적인 정책 모멘텀이 시장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거버넌스 환경은 1, 2, 3차 상법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거버넌스 관련 정책 도입에 힘입어 일반주주 권리가 강화되고, 이에 따른 지주회사 할인율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코스닥 시장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다. 5년간 1242조원을 산업 저변에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과 코스닥 승강제,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및 물적 분할, 부실 기업 퇴출 등 코스닥 관련 정부 정책 방향이 추진될 예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2차 국민성장펀드 등 추가 자금 공급도 예정돼 있는만큼 이제는 성장 시장인 코스닥의 신뢰회복을 우선에 둔 정책이 최우선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