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일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반도체 초호황이란 강력한 엔진을 달고서도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던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도 걷히게 됐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덫에 빠지는 듯했던 한국 경제가 악재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진입했단 장밋빛 전망이 제기된다.
15일(한국시간)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단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422.36포인트(5.2%) 상승한 8545.98에 마감했다. 중동 전쟁 종전 소식에 장 초반 코스피가 급등하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전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 국제 유가도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각각 4%대 급락해 배럴당 80달러, 84달러 수준까지 내렸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글로벌 AI(인공지능) 붐을 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고공행진 하면서도 중동 전쟁이란 암초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전쟁 장기화 우려가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재정경제부는 지난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란 기존 표현을 빼면서도 "중동전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고용 둔화 등 민생 부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전으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성장'으로 향하게 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강한 하방 지지력에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라는 호재가 더해져 하반기 우리 경제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기대다.
고환율도 완화할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범으로 꼽히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여서다. 실제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약 1조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물가도 단계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분석돼서다. 다만 그동안 누적된 유가 급등 영향이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국내 물가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