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체감경기가 개선됐지만 건설업과 서비스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체 기업심리가 세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업들은 다음 달 경기도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6년 6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7.7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세 달 만에 하락 전환이다. 다음 달 전망 CBSI도 95.2로 전월 조사 때보다 2.4포인트 떨어졌다.
C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생산·매출·채산성 등 주요 지표를 종합한 지수다. 장기 평균인 100을 웃돌면 기업심리가 낙관적이고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수출과 내수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제조업 CBSI는 101.2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기준선 100을 웃돌았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자금사정과 신규 수주가 개선된 영향이다.
세부 업종을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는 반도체와 부품업체의 실적 호조로 신규 수주와 업황이 각각 9포인트, 7포인트 상승했다.
석유정제·코크스도 화학제품 등 전방산업 수요 확대와 유가 하락에 힘입어 신규 수주가 18포인트, 자금사정이 14포인트 올랐다.
자동차 역시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생산과 신규 수주가 각각 5포인트, 4포인트 개선됐다.
기업 규모와 판매처별 격차도 확대됐다. 대기업 CBSI는 104.5로 1.1포인트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은 95.7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기업은 106.4로 1.1포인트 오른 반면 내수기업은 98.0으로 0.4포인트 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고 수출 중심의 성장세가 내수 부문으로 확산되면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체감경기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업의 수출 BSI는 96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지만 내수판매 BSI는 85로 3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제조업 심리를 떠받쳤지만 내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제조업 CBSI는 95.4로 전월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매출과 채산성이 각각 전체 지수를 0.9포인트씩 끌어내렸다.
건설업은 플랜트와 통신 인프라 부문의 신규 수주 감소와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업황이 9포인트 하락했다.
예술·스포츠·여가업은 지난달 연휴 효과가 사라진 데다 시설 유지비 등 관리비용이 늘면서 채산성이 27포인트, 매출이 22포인트 급락했다.
운수창고업도 국내 운수서비스 업체의 실적 악화와 운영비용 상승으로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기업들은 다음달 경기를 더 비관적으로 봤다. 7월 제조업 전망 CBSI는 98.2로 전월보다 2.1포인트 하락해 기준선을 밑돌았다. 비제조업 전망도 93.2로 2.7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내수기업 전망 CBSI는 94.8로 3.9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 전망은 93.9로 2.9포인트 내렸다. 수출기업 전망은 103.3으로 기준선을 웃돌았지만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은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제품 재고 정상화가 전망지수 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했고, 고환율 등에 따른 업황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며 "비제조업은 건설업과 운수창고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매출과 채산성 전망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꼽은 경영 애로사항에서도 고환율과 내수 부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제조업체 가운데 환율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비중은 7.8%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내수 부진 비중도 17.0%로 1.5%포인트 높아졌다.
비제조업에서도 환율을 꼽은 비중이 5.7%로 한 달 새 2.0%포인트 상승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18.5%)이 꼽혔고 내수 부진(17.3%), 원자재 가격 상승(15.1%)이 뒤를 이었다.
기업과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6.8로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의 자금사정 전망과 업황 전망이 악화한 영향이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5.1로 전월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