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40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흐름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강세에 더해 국내 투자자의 대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맞물리면서 달러수요는 늘고 원화수요는 줄어 환율하락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28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하는 등 고환율이 꺾이지 않는다.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달러강세를 이끈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가압력을 근거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미국으로 향하는 투자자금이 환율상승 압력을 키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우리나라의 대미 금융자산은 1조1492억달러로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대외금융자산의 47.1%가 미국에 투자돼 3년 연속 역대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해외주식 투자확대와 미국 증시 강세가 맞물리면서 미국으로 자금쏠림이 심화한 결과다.
문상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미 금융자산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미국 주가가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대미투자 증가세는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증가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대미투자 비중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주식 매도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무려 30조원 넘는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올들어 지난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자금은 948억1000만달러 빠져나갔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판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수요가 늘면서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출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전날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가가 오른 뒤 외국인이 보유비중을 조정하거나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의 자금유출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높아진 국내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리밸런싱 목적의 주식자금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리밸런싱 필요성이 커졌을 수 있다"며 "언제 마무리될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주식자금 유출폭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약세 전환을 단정하기보다는 완만한 강달러 환경 속에서 환율이 큰 폭으로 등락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 1400원대에 진입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1480원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긴축기조와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와 자금유출 둔화가 상승압력을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