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 도착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치만으로 투자 흐름을 해석하기는 어렵다. 통계상으로는 인수·합병(M&A)과 수도권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위한 첨단산업 투자와 금융허브 경유 자금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3일 상반기 FDI 도착액이 107억3000만달러로 2018년 상반기 기록(103억달러)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고액 역시 142억8000만달러로 역대 상반기 기준 네 번째 규모다.
수치상으로는 M&A형 투자 도착액이 62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3.3%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수도권 도착액도 94억9000만달러로 60.5% 늘어 투자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M&A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한 경영권 거래보다 첨단산업 공급망 확보와 연관된 투자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대표 사례는 프랑스 산업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의 DIG에어가스 인수다. 30억달러가 넘는 이 거래가 상반기 중 집행되면서 화공 분야 도착액은 전년 대비 916.3% 급증했다.
산업부는 이번 대형 M&A가 단순한 지분 인수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에어리퀴드 등 글로벌 가스 3사가 과점하고 있는 반도체 특수가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공급을 맞추기 위해 국내 생산시설 증설이 불가피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형상 M&A로 잡혔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위한 제조업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지역 및 국가별 통계도 비슷한 한계를 갖고 있다. M&A 대상 기업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으면 서류상 수도권 투자로 집계되지만, 실제 생산시설은 비수도권 산업단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영국과 싱가포르발 투자가 전년 대비 65.4% 급증한 것 역시 미국 등 주요 첨단기업들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허브를 경유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 투자 주체와 통계상 투자국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남명우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M&A 투자도 단순한 자본 투자라기보다 유망 산업의 공급망을 보강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반도체와 AI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관련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