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할인에 '3000억' 투입" 파격 카드...먹거리 물가 잡힐까

세종=이수현 기자
2026.07.03 17:05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소비자들이 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고르고 있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6% 상승한 가운데 농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1% 하락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축산물은 가축전염병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닭고기(6.3%)와 계란(6.4%)은 가축전염병 여파로 공급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미국·태국산 신선란 449만개를 수입해 공급하고 육용 종란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공급량을 확보하고, 할인 지원을 병행한다. 2026.05.07. park7691@newsis.com /사진=

농축산물 할인 예산이 해마다 몸집을 불리며 대표적인 물가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명절과 김장철에 집중됐던 할인 행사가 사실상 상시 물가대책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널뛰는 먹거리 물가를 잡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여름철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7~8월 두 달간 농축산물 할인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본예산 1500억원을 포함하면 전체 할인 예산은 총 4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여름철 두 달간 대규모 할인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예년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최근 연간 농축산물 할인 예산은 △2021년 1540억원 △2022년 1080억원 △2023년 1300억원 △2024년 1660억원 △2025년 228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민생물가 안정 및 서민부담 경감방안' 세부 추진계획에서 농축산물 전 품목 할인과 함께 쌀·계란의 할인 폭을 확대했다. 전통시장 농할상품권도 이달부터 매월 2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정부가 파격적인 할인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먹거리 물가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전달(2.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농산물은 생육 지연에 따른 출하 감소로 1.1% 오르며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축산물은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6.2% 뛰었다. 특히 파(37.1%), 쌀(11.7%), 달걀(10.3%), 국산 쇠고기(7.5%), 수입 쇠고기(6.8%), 돼지고기(4.5%)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이번 할인 정책의 목적을 소비자의 체감 부담 완화에 두고 있다. 중동 사태와 환율 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가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농축산물 할인이라는 판단이다. 계란 수입과 축산물 공급 확대 등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할인 정책을 두고는 수요를 인위적으로 자극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최근에는 공급 부족보다 소비 침체가 농축산물 시장의 더 큰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태석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은 "예전에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인으로 수요를 자극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급보다 소비 침체가 더 큰 문제"라며 "생산비는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못해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상기후·가축전염병 등으로 농축산물 생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복되는 먹거리 물가 불안에 대응하려면 할인 예산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가격이 오를 때마다 할인에 의존하기보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충해 공급 자체를 안정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소비 촉진 사업은 국산 농산물 판매를 늘리는 효과가 있어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서도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할인 예산 확대와 함께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이 급등했거나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축산물 등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 대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가격이 치솟은 계란의 가격 안정을 위해선 신선란 2억개를 추가 수입하고 양계농협이 생산·공급하는 계란의 납품가격을 인하한다. 또 여름철 수요 증가에 대비해 돼지고기 공급 확대를 위한 도매시장 출하장려금도 늘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인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는 단기적인 대응 수단"이라며 "정부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품목별 수급을 면밀히 관리해 먹거리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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