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가특구 내 소규모 지역에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형 우븐시티'는 그간 추진된 스마트시티와는 목적과 주체, 추진 방식 등이 모두 다른 새로운 모델이다. 한국의 스마트시티가 '편리한 신도시'였다면 한국형 우븐시티는 혁신기술을 과감하게 실증하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업형 실험도시다.
6일 정부·여당에 따르면 정부는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한국형 우븐시티를 비롯한 다양한 규제특례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븐시티'는 일본의 대표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시즈오카현에 건설 중인 소규모 실증형 스마트도시다. 우븐(woven, 직조된)이라는 도시명처럼 미래 모빌리티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주거와 인프라, 제도 등을 짜임새있게 조직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스마트도시와 가장 큰 차이는 다양한 혁신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실험도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실증에 참여하고 혁신기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실험만을 위해 설계된 '테스트베드'와도 차별화된다. 우븐시티에선 거주민과 방문객을 '위버'(Weavers, 직조공)라고 부르기도 한다.
토요타는 내연차 제조기업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동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우븐시티를 구상했다. 사람뿐 아니라 상품, 정보, 에너지의 이동 혁신이 모빌리티의 미래라고 본 것이다.
토요타는 앞서 2020년 1월 'CES 2020'에서 우븐시티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토요타 동일본주식회사 히가시후지 공장 터 71만㎡에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입해 약 2000명이 거주하는 '리빙랩'(실거주 실험도시)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여의도 면적의 6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초소형 실증 특구다.
우븐시티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초 1단계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갔다. 우븐시티에는 모빌리티 테스트를 위한 3가지 유형의 도로(보행자 전용, 보행자·개인 이동수단 겸용, 차량 전용)와 지하 도로망이 조성된다. 자율주행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 이동수단, 배달로봇, 드론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테스트가 진행된다.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만큼 실증 데이터는 빠르게 축적될 전망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정부가 메가특구 내 '한국형 우븐시티' 조성을 추진하는 건 스마트도시 모델만으론 혁신기술을 신속하게 검증하고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스마트도시의 경우 조성시 집값 상승과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는 메가특구 내 소규모 특례구역은 기업이 필요에 의해 신청하고 주도해 기업이 원하는 요소들을 담게 할 계획이다. 기업이 메가특구 내 일정 규모 이하 지역에 대해 추가적인 규제특례를 신청하면 정부는 해당 구역에 대해 보다 강도높은 추가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기업 주도의 수요 맞춤형 도시개발로 혁신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계에서도 호남권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안착을 위해선 실증특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토론회에선 과감한 특례로 기업 유치에 성공한 미국 기술도시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오스틴은 1980년대 첨단기술 연구 컨소시엄을 유치하면서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주요 혁신기업들을 꾸준히 유치하면서 2002년 이후 2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배 가량 늘었다. 2021년에는 테슬라가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관건은 속도전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한국형 우븐시티 조성도 속도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일본 우븐시티의 경우 착공부터 1단계 준공까지 약 4년이 소요됐는데 메가특구에서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정부 지원 등이 추진될 경우 사업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