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위해 도입했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가격 통제의 청구서인 정유사 손실보전 정산이 남아 있어 최종 보전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에서 70달러선 까지 하락했다. 미·이란 간 종전 협상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증산 기조, 중국발 수요 둔화 등이 겹치고, 글로벌 공급 불안도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정부가 가격 통제를 이어갈 명분도 약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최고가격제의 효과보다 '얼마를 보전해줄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공급 위기와 물가 급등을 억제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지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 만큼 정유사 손실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정산 기준을 '시장 기대 마진'이 아닌 실제 투입 비용 중심의 '원가 기조'를 정립한 상태다. 국제 시세 상승에 따른 잠재 수익까지 보전하기보다 실제 발생한 비용만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오는 8월 말까지 정유사들로부터 손실 증빙 자료를 제출받아 최고가격제 정산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그동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판매 손실과 함께 유가 급등기에 확보한 고가 원유 재고 부담을 호소해 왔다.
일각에선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최고가격제 시행 초기와 비교해 시장 가격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손실 규모를 둘러싼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급등 국면에서 예상됐던 손실 규모가 실제 정산 과정에서는 다소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순 지표상으로만 보면 제도 시행 초기보다 가격 차이가 많이 좁혀진 상태"라며 "고가 원유 투입에 따른 부담은 여전하지만 손실 규모 산정은 실제 원가와 판매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유 4사의 가격 담합 의혹 수사도 정산 과정의 변수로 거론된다. 산업부는 원가 기반 정산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검찰 수사 자료가 확보될 경우 정산위원회에서 참고 자료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제출한 자료를 놓고 원가 기반으로 정산한다는 정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검찰에서 협조해 준다고 하면 (담합)관련 자료도 정산위원회에서 다른 제출 자료와 함께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