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가 14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연간 전망치도 기존 2500억달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 다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경상수지 호조에도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5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경상수지는 1412억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1230억5000만달러)를 반년도 안 돼 뛰어넘은 것이다.
5월 경상수지도 역대 최대인 386억1000만달러 흑자로, 직전 최대치였던 3월 기록을 두 달 만에 경신했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흐름은 △1월 132억6000만달러 △2월 231억9000만달러 △3월 379억3000만달러 △4월 282억9000만달러 △5월 386억1000만달러로 대규모 배당 지급이 있었던 4월을 제외하면 2월부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모양새다.
한은은 6월에도 400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6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인 만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도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흑자 규모는 1515억달러로 전망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6월 상품수지를 봤을 때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기 실적을 봤을 때 전망을 넘어설 것 같고, 연간 전체로도 현재 전망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우려는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원화 강세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까지 36거래일째 1500원대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외환위기 국면이던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최근 가장 큰 원인으론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과 차익실현 매도 등이 지목된다. 5월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는 310억5000만달러 감소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외국인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추종자금 유입 등으로 64억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액 감소세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유 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면 외화 공급 측면에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다"면서도 "환율은 경상수지뿐만 아니라 외국인 증권투자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은 6월에도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 흐름이 언제쯤 종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도 외환시장에 즉각 공급되지 않고 있다. 5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829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29억4000만달러 늘었다. 2012년 통계를 낸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수출대금의 신속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를 주요 수출기업에 당부했지만 기업들은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달러 보유를 늘리는 분위기다.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을 늦출 유인이 커진다.
수출 호조가 반도체 등 일부 IT 품목에 집중된 반면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컴퓨터주변기기·SSD(+249.4%) △반도체(+167.7%) 등은 큰 폭 증가했지만 △기계류·정밀기기(-4.9%) △승용차(-7.5%) △자동차부품(-7.8%)등은 감소했다.
유 부장은 "자동차는 해외 현지 생산이 많이 늘어난 데다 최근 중동지역 물류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석유제품, 화공품, 바이오·제약 등 나머지 품목도 반도체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