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韓반도체 지도…중국 의존 낮추고 대만 수출 늘렸다

최민경 기자
2026.07.27 12:00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한국 반도체 수출의 중심축이 중국에서 대만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잇는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이 강화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27일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1849억7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2024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의 10.1%, 부가가치의 16.7%를 담당했다.

국가별로 중국은 744억5600만달러로 여전히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비중은 2022년 53.1%에서 지난해 40.3%로 낮아졌다. 반면 대만 수출은 같은 기간 127억7800만달러에서 367억6900만달러로 약 2.9배 늘었고, 비중도 9.0%에서 19.9%로 뛰어 중국에 이은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올라섰다. 베트남과 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13.4%, 10.3%였다.

한은은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기존 CPU·범용 D램 중심 수요가 GPU와 HBM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된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 엔비디아가 AI 가속기를 공급하고 대만 TSMC가 첨단 파운드리·패키징을 맡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는 분업 구조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생산은 수도권에 더욱 집중됐다. 2024년 기준 수도권 생산 비중은 82.3%, 충청권은 14.7%로 두 권역이 국내 생산의 97.0%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 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이 수도권에, SK하이닉스 청주 공장과 삼성전자 온양·천안 공장이 충청권에 자리한 영향이다.

정성엽 한은 지역연구지원팀장은 "반도체는 공장·기술·인력과 수출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산업"이라며 "기업의 입지 결정에도 이런 여건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의 특정국 의존도도 높았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는 지난해 한국의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네덜란드산 장비 수입 비중은 2022년 22.8%에서 지난해 26.0%로 상승했다. 제조장비는 이 밖에 미국·일본, 소재와 부품은 중국·일본·미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팀장은 "2022년 11월 생성형 AI인 챗GPT가 최초 공개된 이후로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반도체 부문에도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AI 수요 확대가 반도체 생태계를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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