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의사를 공식화하자 농어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수출시장 확대라는 경제 논리 뒤에 농업과 수산업의 피해가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오는 6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CPTPP 가입 강력 규탄 농어민단체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한종협을 비롯해 한국농축산연합회,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전국어민총연합회 등 주요 농어민단체가 참여한다.
농어민단체들이 반발에 나선 것은 지난 4일 산업통상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계기가 됐다. 산업통상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아세안과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와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검토하겠다"며 CPTPP 가입 추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정부는 CPTPP 가입을 통해 수출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교역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농업계의 시각은 정반대다. 값싼 외국산 농축수산물의 국내 유입이 확대될 경우 농가와 어가의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종협은 "정부가 농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채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농업 현장의 깊은 우려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먹거리 안전과 식량안보 정책이 CPTPP 가입 추진과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PTPP 가입으로 수입 농축수산물의 시장 접근성이 높아질 경우 국내 농어업 기반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 국가 식량안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면서 동시에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폭을 넓히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정부와 여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안전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상황에서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 CPTPP 가입 문제를 수출 확대와 경제적 이익의 관점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종협 "국민의 식량 주권과 먹거리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을 단순한 경제적 이익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정부가 스스로 강조해 온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방의 속도와 범위다. 국내 농업은 고령화와 생산비 상승, 이상기후, 농촌 인력 부족 등으로 이미 경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은 국내 농축수산물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종협은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CPTPP 가입 저지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가입 추진에 맞서 농어민 생존권과 농업 기반,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공동 대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종협 강정현 집행위원장은 "CPTPP 가입은 단순한 통상 협정 참여의 문제가 아니라 농어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먹거리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가입 추진에 앞서 농어민 피해와 식량안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