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억달러, 1300㎞ 가스관. 알래스카 북단의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끌어와 액화한 뒤 아시아로 수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결국 한·미 대미투자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의 참여를 거듭 요구해온 '알래스카 LNG'가 정부의 대미투자 사업 안건에 포함되면서 투자 논의도 본격화됐다.
7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대미투자 협상 내용이 이날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논의됐으며 국회 보고를 앞두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도 대미투자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라 협상 체결에 앞서 국회에 협상 결과와 주요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의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으로 남부 니키스키 인근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약 440억달러이며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회사 글렌파른이 주도한다. 연간 최대 2000만톤의 LNG를 생산·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래스카 LNG가 한국의 대미투자와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3월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등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사업성은 걸림돌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LNG를 '하이 리스크 사업'으로 평가하며 당시 기준으로는 대미투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LNG 구매는 향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한국 기업의 움직임은 구체화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글렌파른과 연간 100만톤의 LNG를 20년간 공급받는 예비계약을 체결하고, 약 1300㎞ 가스관에 포스코 철강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알래스카 정부 산하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 글렌파른과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LNG 구매와 가스관 건설용 강재 공급을 위한 협력 내용을 담았다.
사업 추진 일정도 제시됐다. 글렌파른은 가스관 부문 최종투자결정(FID)를 2026년, 수출터미널 FID를 2027년 초에 내리고 2031년 LNG 수출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FID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일정은 변동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참여 요구도 이어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과 일본 등이 알래스카에서 연료·석유를 공급받고 가스관 등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참여 요구로 시작된 알래스카 LNG 논의는 사업성 논란을 거쳐 한국 기업의 협력으로 이어졌고, 결국 정부의 대미투자 협상 테이블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대미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던 사업이 10개월 만에 실제 투자 논의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알래스카 LNG 투자는 사업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있지만 원전 등 대미 투자의 대승적 타결을 위해 정부가 일부 양보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에 합의했다. 정부가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알래스카 LNG까지 논의 대상에 포함하면서 대미투자의 범위가 에너지·인프라 분야로 확대됐다.
향후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방식, 재원 조달, 한국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추가 협의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