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는 봉인가" 李도 작년 지적했던 근소세...내년 100조 걷힌다

세종=정현수 기자
2026.09.13 06:20

[유통기한 지난 정책]<1>②

[편집자주] 정책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어떻게 현실과 괴리됐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소득세 과세표준 및 세율 현황/그래픽=윤선정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2월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월급쟁이가 낸 세금이 60조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인용했다. 월급쟁이 세금은 근로소득세를 지칭한다.

이 대통령은 당시 "물가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초부자들은 감세해 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 온 건데, 이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68조4216억원이었던 근로소득세 수입은 올해 73조2482억원, 내년 102조4446억원으로 증가한다. 근로소득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직장인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었다는 의미다.

월급과 성과급이 많이 올라서 세금을 많이 냈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세금을 많이 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근로소득세가 그렇다. 이 대통령의 인식처럼 '사실상 증세' 혹은 '조용한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

'월급쟁이 세금', 근로소득세가 뭐길래?

근로소득세를 좌우하는 건 과세표준과 세율이다. 근로소득에서 각종 공제액을 빼면 과세표준이 나온다.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과세표준이 높아질수록 세율도 올라가는 누진 체계다.

현재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은 △1400만원 이하(6%·이하 세율) △5000만원 이하(15%) △8800만원 이하(24%) △1억5000만원 이하(35%) △3억원 이하(38%) △5억원 이하(40%) △10억원 이하(42%) △10억 초과(45%) 등 8구간이다.

연봉 1억원 넘는 근로소득자 현황/그래픽=윤선정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이 6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1400만원까지는 6%를 적용해 84만원, 1400만~5000만원 구간은 15%를 곱해 540만원, 나머지 5000만~6000만원 구간은 24%를 적용해 240만원 등 총 864만원의 산출세액이 나온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연봉이 오른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세 세율도 달라진다. 88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았다면 최고세율이 24%다. 하지만 몇 년 새 연봉이 올라 연봉 1억원을 받는다면 8800만원을 초과한 구간에선 세율이 35%다.

이처럼 근로소득세는 연봉이 오른 만큼 더 높은 비율로 세금을 더 걷는 구조다. 문제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 직장인들의 꿈이었던 '억대 연봉자'는 2024년 기준 154만5725명이다. 전체 과세 대상자의 7.3% 수준이다. 2009년 억대 연봉자는 전체 과세 대상자의 1.4%(19만6539명) 수준이었다. 15년 동안 억대 연봉자는 7.86배 늘었고, 그만큼 흔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불 시대…현실 못 따라가는 제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08년 2542만1000원에서 2025년 5257만원(잠정치)으로 2.14배 증가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만9916만달러에서 3만6963만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4만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하지만 이 기간 근로소득세 과세 체계는 미세 조정만 이뤄졌다. 2008년 이전에는 과세표준이 △1000만원 이하(8%) △4000만원 이하(17%) △8000만원 이하(26%) △8000만원 초과(35%) 등 4구간이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추이/그래픽=이지혜

그러다 2008년부터 △1200만원 이하(8%) △4600만원 이하(17%) △8800만원 이하(26%) △8800만원 초과(35%) 등으로 과세표준을 최대 10%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한 조치였다.

이후엔 과세표준을 세분화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2008년 4구간에서 2023년 8구간으로 늘었다. 저소득층의 부담은 줄이고, 초고소득층의 부담은 늘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중산층이 포함된 과세표준 8800만원 구간은 2008년 이후 18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이 대통령의 표현처럼 '월급쟁이가 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적인 증세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은 세율이 높은 과표구간으로 점차 이동해 사실상의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소득세 기본공제 역시 사실상의 증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소득세 기본공제는 2009년 150만원으로 정해진 후 17년째 그대로다. 민주당은 지난해 소득공제를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에 나섰지만, 최종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일각에선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2007년 세법 개정 당시 국회는 검토보고서에서 "과표구간 조정이나 소득공제 등에 물가연동제를 접목해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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