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익숙한 X세대, MZ보다 소비 덜 줄였다

최민경 기자
2026.10.01 12:00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최민경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과거 환율 급등을 여러 차례 경험한 가계는 소비를 상대적으로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적응 효과'는 X세대와 자산이 적은 가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에 따르면 환율급등 경험이 많을수록 환율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98~2024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가구주의 연령과 과거 원/달러 환율 변화를 결합한 '환율급등 경험' 변수를 만들었다. 환율이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1998년, 2001년, 2008~2009년, 2015년, 2019년, 2022년, 2024년을 환율 급등기로 분류해 과거 경험과 현재 소비의 관계를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률과 가계소비 증가율 사이에는 대체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가계소비가 1997년 당시만큼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 2000년 IT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감소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2022년 이후 환율 급등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됐다.

분석 결과 과거 환율급등 경험과 현재 환율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값을 보였다. 환율 수준이 높아졌을 때도 과거 급등 경험이 많은 가계일수록 소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반복된 환율 상승을 겪으며 가계가 구매력 충격에 대응하는 소비행태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영준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환율이 급등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계소비가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저축을 늘리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소비는 유지하는 식으로 경제주체의 소비행태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대별로는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환율 수준이 높은 시기 X세대에서는 환율급등 경험의 소비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으로 나타난 반면 MZ세대에서는 음(-)을 기록했다.

최 연구위원은 "X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환율 급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며 "급등 경험이 많은 세대일수록 적응을 많이 해 환율 급등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해졌고, MZ세대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어 적응도 덜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 품목별로는 필수재보다 통신비 등 선택재에서 적응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반면 내구재는 환율급등 경험이 쌓일수록 소비가 오히려 줄어드는 방향의 결과가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환율급등 경험이 쌓일수록 내구재 소비는 유의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자산과 부채 수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자산 하위 계층에서는 환율이 높아질수록 환율급등 경험의 소비 효과가 양(+) 방향으로 커진 반면 상위 자산계층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DSR의 경우 부채 부담이 클수록 적응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최상위 DSR 분위에서는 환율급등 경험의 소비 효과가 전반적으로 양(+)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정책적으로 단기적인 환율 충격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가 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적응 정도가 세대와 자산·부채 수준에 따라 달랐던 만큼 환율 변화 과정에서 계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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