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밀의 들쭉날쭉한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가 속도를 낸다. 같은 국산 밀이라도 생산지와 품종 등에 따라 특성이 달라 빵이나 국수로 만들 때마다 가공 조건을 다시 맞춰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농촌진흥청은 국산 밀의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해 품질등급제 기준 마련과 용도별 품질 분석, 중·소형 제분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국산 밀 사용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원료의 편차다. 같은 우리밀이라도 밀가루 포대를 바꿀 때마다 수분 흡수율이나 반죽 특성이 달라지면 기존 배합과 제조 공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과·제빵업체는 국산 밀의 특성이 달라지면 물의 양이나 반죽 조건을 다시 맞춰야 한다. 품질이 일정한 수입 밀가루와 달리 국산밀은 원료마다 특성이 다르다. 숙련된 제빵사는 밀가루 상태에 따라 배합을 조절할 수 있지만, 모든 업체가 그때그때 공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에 정부는 국산 밀을 품질과 용도에 따라 구분해 공급하기 위한 품질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진청은 품질등급제 도입 과정에서 등급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에 참여했다. 재배와 품질 특성 간 연관성을 분석하는 역할도 맡았다.
품질 기준은 재배 단계와도 직결된다. 파종과 비료 투입, 병해충 방제, 수확 시기 등 표준 재배기술을 준수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과정이 중요한 까닭은 같은 밀이라도 빵과 국수를 만들 때 요구되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백질 함량과 반죽 특성이 달라야 하고, 제분 과정에서 밀기울을 얼마나 덜어내느냐에 따라서도 색과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
실제 제면 현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제품의 완성도로 이어진다. 밀기울 함량이 높은 통밀형 밀가루는 면이 거칠거나 쉽게 끊어진다. 반대로 밀기울을 더 제거한 백밀형 밀가루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익숙한 국수에 가까운 식감을 낼 수 있다.
농진청은 새 품종을 개발한 뒤 곧바로 산업체에 넘기기보다 연구진이 직접 빵이나 면으로 만들어 가공 적성을 확인한다. 품질 관련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신품종의 품질 특성과 제빵·제면 등 가공 적성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품질이 확인된 품종은 재배단지 조성과 연계하고 제과·제빵업체에는 적합한 밀가루 배합과 제조법을 제안한다.
제분 단계의 품질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오는 15일에는 소형 제분기 시연회도 열 예정이다. 중·소형 제분기를 활용해 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현장에서 필요한 규격으로 제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한다. 밀가루 품질을 보다 균일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김기영 농촌진흥청 기초식량작물부장은 "국산 밀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큼 가공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품종 개발부터 재배, 제분, 가공 적성까지 연계하고 블렌딩을 통해 품질 편차를 줄여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밀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