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미국보다 휘발유 값 12.3%p 낮췄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10.27 10:02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전주 대비 소폭 내리며 2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25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에 의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11차 석유 최고가격은 제10차와 동일하게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2026.10.25. kkssmm99@newsis.com /사진=뉴시스

정부가 중동전쟁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미국 등 미시행 국가 대비 에너지 가격이 10%p(포인트) 가량 억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가격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발간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한국 휘발유 소매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평균 상승률은 16.5%를 기록했다.

이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은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격 평균 상승률(28.8%) 대비 12.3%p 낮은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은 독일(21%) 대비로도 4.5%p 낮다.

정부는 중동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3월13일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에 대해 최고가격 상한을 적용하는 제도다. 중국과 태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반면 미국은 가격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비축유 등 공급 확대 정책으로 대응했고 독일도 한시 감세와 가격조정 규칙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자료제공=산업연구원

가격 개입 정책을 시행한 중국의 3~8월 교통수단용 에너지 CPI(소비자물가지수)는 11.1%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태국의 차량용 연료 CPI는 17.5% 올랐다. 한국을 포함해 3국의 평균 상승률은 15%로 미국과 독일의 평균 상승률(24.9%) 대비 9.9%p 낮았다.

중동전쟁 악화로 국제 유가가 재차 상승했던 지난 9월에도 최고가격제 시행국과 미시행국 간 에너지 가격 상승률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의 9월 휘발유 소매가격 상승률은 11.9%로 8월(11.8%) 대비 0.1%p 상승에 그친 반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8월 29.5%에서 9월 37.6%로 8.1%p 급등했다. 독일 역시 8월 27.7%에서 9월 37.1%로 9.4%p 높아졌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는 연료비·물류비 급등의 확산을 늦추고 가계·기업의 대응 시간 확보에 기여했다"며 "다만 환율과 세금, 국제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이 함께 작용하므로 국가 간 격차를 최고가격제만의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가격 직접 개입 정책이 아닌 정유사·수입업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으로 대응했는데 3~8월 휘발유 CPI 상승률은 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 효과에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보조금 정책은 지원 규모와 기간이 늘수록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가격 지표만으로 정책의 우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장기화로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는 국제 조달비용을 없애지 않으며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의 일부를 정유사나 정부로 이전한다"며 "장기간 상한을 고정하면 공급 유인 약화, 재정 부담 누적과 정책 종료 시 가격 급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제품가격·환율·재고와 국내외 가격 격차에 따라 상한을 조정하고 충격이 완화되면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실제 비용에 근거한 손실 정산, 취약계층과 피해 업종에 대한 선별지원, 공급 다변화와 효율 개선을 결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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