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이 순항 중인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잔류농약 관련 통관 부담을 줄이는 데 나섰다. 수입국과 협의해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하고 농가에 국가별 사용지침을 보급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식품 수출액은 2020년 75억7천만 달러에서 2025년 104억1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도 53억819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수출이 늘면서 국가마다 다른 농약 잔류허용기준(MRL·Maximum Residue Limit)에 대응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농약 잔류허용기준은 농산물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농약의 최대 허용 농도다. 기준을 위반하면 통관이 거부될 수 있고 한국산 농산물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위반 사례는 해마다 발생한다. 대만·일본·미국·태국에서 적발된 위반 건수는 2021년 33건에서 2022년 21건, 2023년 17건으로 줄었다가 2024년 49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16건, 올해는 9월까지 9건이 발생했다.
이에 농진청은 농약 잔류허용기준으로 인한 수출 걸림돌을 줄이는 데 힘써 왔다. 대표적인 대응이 수입농산물 잔류허용기준(IT) 설정이다. IT는 국내 잔류시험 결과를 토대로 수입국에 신청해 설정하는 기준이다.
국내에 등록된 농약이라도 수입국에 기준이 없으면 수출용 농산물에 사용하기 어려워서다. 농진청은 일본·대만 등과 협의해 현재까지 19개 작물에 대해 총 111건의 IT를 설정했다.
수출 농가가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늘리는 작업도 병행한다. 수입국에는 잔류허용기준이 있으다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의 국내 등록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2024년부터 수출 통합조직·농약업계와 협의체를 운영하며 현장의 병해충 방제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
신규 시장 수요를 반영해 농약 안전사용지침도 확대 중이다. 2003년 6개국·12작물·32종으로 시작한 지침은 올해 13개국·30작물·86종으로 늘었다. 최근엔 태국 수출용 딸기와 포도, 중국 수출용 감, 호주 수출용 참외 등의 지침을 보급했다. 교육과 상담도 강화했다. 특히 대만 수출용 포도는 2024년 시행된 사전등록제와 연계해 매년 4~5월 지역별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출 상대국에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한 뒤 통관 절차가 빨라진 사례도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4년 9월 일본 수출용 고추의 헥사코나졸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뒤 통관 검사가 완화되면서 일주일 이상 걸리던 통관 기간이 1~2일로 줄었고, 수출량은 33% 증가했다.
대만 수출용 포도의 테트라닐리프롤은 2025년 3월 잔류허용기준 설정 전까지 총 20건의 통관 위반으로 약 92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 설정 이후에는 해당 위반이 발생하지 않았다.
농진청은 앞으로 디지털·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현장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구축한 3만6천여 건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대화형 농약 안전사용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수출 농산물의 농약 안전관리는 생산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농산물이 세계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안정적으로 돌파하고 케이-농산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