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움직이는 숫자는 언뜻보면 축사와 멀어 보인다. 그러나 달러값이 오르면 수입 사료 원료를 들여오는 비용이 커진다. 소를 팔아 받을 돈이 같아도 먹이는 데 드는 돈이 늘면 농가의 계산은 달라진다. 송아지를 낳을 암소를 계속 키울지, 시장에 내보낼지 고민하게 된다. 그 선택이 쌓이면 몇 년 뒤 한우 공급도 달라진다.
한우의 미래를 읽으려면 소값뿐 아니라 환율과 유가, 물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김충현·강지석·권오성 연구진이 작성한 '거시경제 지표 변화에 따른 한우 사육주기 분석' 보고서다.
한우산업에는 사육 규모가 늘었다 줄어드는 '비프사이클'이 있다. 소값이 오르면 농가는 번식을 늘린다.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가 자라 출하되면서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간다. 농가가 다시 사육을 줄이면 이후 공급이 감소하는 순환이다.
번식부터 출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오늘의 가격과 미래의 공급 사이에는 시차가 생긴다.
기존 한우 관측은 소값이 떨어지면 암소 도축이 늘고, 소값이 오르면 암소를 남겨 번식을 확대하는 과거의 관계를 주요 전제로 삼았다. 연구진은 여기에 질문을 던졌다. 소값이 같더라도 사료비와 연료비가 달라지면 농가의 선택도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분석의 중심에는 '암소 도축률'이 있다. 보고서에서 활용한 지표는 전체 한우 도축 마릿수 가운데 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송아지 생산의 기반인 암소를 얼마나 내보내는지 살펴 농가의 번식 의향과 향후 공급 변화를 읽어냈다.
회귀분석에서는 7개월 전 원·달러 환율이 1% 높을 때 암소 도축률이 약 0.30% 높아지는 관계가 나타났다. 암소 사육 마릿수와 실질 도매가격 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
연구진은 환율 상승이 수입 곡물과 배합사료 원료의 비용을 높여 농가의 번식·사육 의향을 낮추는 것으로 해석했다. 소를 팔 때 받는 가격뿐 아니라 키우는 동안 지출하는 비용이 암소의 운명을 가르는 셈이다.
다른 비용지표에서도 비슷한 관계가 확인됐다. 각각의 추정식에서 7개월 전 생산자물가지수가 1% 상승하면 암소 도축률은 약 0.24%, 국제유가는 약 0.03%, 실질 면세유 가격은 약 0.04%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러 생산비 부담이 시차를 두고 농가의 선택에 반영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가가 체감하는 현실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연구진이 올해 6월 22~26일 한우 사육농가를 조사해 확보한 유효응답은 316호다. 경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5점 척도로 물은 결과 사료가격이 4.37점으로 가장 높았다. 국제곡물 가격은 4.28점, 환율은 4.26점이었다. 한우 가격 4.01점과 송아지 가격 3.89점보다 높았다.
다만 비용이 오른다고 농가가 곧바로 소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사료가격 상승 시 우선 고려할 행동으로 해당 문항 응답자의 80.3%가 현재 사육 유지를 선택했다. 한우 가격이 하락할 때도 74.0%는 사육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과 실제 사육 규모를 조정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사육주기 자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사육 마릿수의 상대적인 변동 폭을 나타내는 변동계수는 2001~2015년 0.276에서 2015~2025년 0.087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농가 규모화와 번식 전문 농가 감소, 정보 전달체계 개선, 정책 개입 등이 과거보다 완만한 사육주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봤다.
이는 사육 규모의 출렁임이 줄었다는 의미다. 개별 농가의 수익성까지 안정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전체 사육 마릿수가 완만하게 움직여도 농가는 높은 생산비를 견디며 사육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환율과 곡물·에너지 가격을 기존 수급 전망에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암소 도축이 늘면 당장은 고기 공급이 증가하지만, 이후에는 송아지를 낳을 기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