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는 왜 돌을 맞아야 하는가.
한효주가 돌을 맞고 있다. 동생인 한 중위 사건 때문이다. 한 중위가 군에서 가혹행위를 했고, 그 가혹행위로 사람이 죽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효주에게 돌을 던진다. 한효주 기사마다 악플을 달고, 한효주가 출연한 영화마다 평점테러를 한다. 한효주가 출연한 영화 '쎄시봉'은 덩달아 돌을 맞고, 한효주는 죄인 아닌 죄인이 돼야 했다.
한효주는 왜 돌을 맞아야 하는가. 잘못된 믿음 탓이다. 갈 곳 없는 분노가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탓에 벌어진 일이다. 잘못된 정보를 전한 언론 탓이며, 잘못된 사실을 진실인양 휘두르며 정위를 외치는 사람들 탓이다.
한 중위 사건부터 짚는다. 기자는 두 차례 진행된 한 중위 조사 기록을 입수했다. 군은, 군의 조사는, 신뢰하기 쉽지 않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익히 느낄 경험이다. 행간을 살피고, 사실 관계를 들여다봤다.
2013년 7월1일 공군에 복무하던 김 일병이 자살했다. 21살 청년은 고려대에 다니다가 2013년 2월 공군으로 입대했다. 김 일병은 장교에게 잦은 질책을 받다가 연병장에서 얼차려로 단체구보를 뛴 뒤 자살했다.
유족은 장교를 가혹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군 검찰은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 육체적 가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소유예 했다. 유족은 다시 판단해달라며 재정신청을 했다.
이 사실에 외부에 알려진 건 김 일병이 다니던 고려대 학생들 덕이다. 지난해 5월 고려대에 대자보가 걸렸다. 대자보에는 "장교가 김 일병을 방독면을 포함한 완전군장을 시킨 채로 연병장을 수 없이 돌렸다. 자신의 과실을 모두 신병 탓으로 돌렸다"고 썼다. 이 대자보를 통해 문제의 장교가 한효주 동생이란 사실이 알려졌고, SNS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또 못한 채, 정의를 외쳤다고 대학생들을 탓할 순 없다. 그 몫은 언론의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 몫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자극적으로 유린하기에 급급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독면을 쓴 채 완전군장 구보를 시켰다고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방독면을 쓴 채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를 했다는 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경험으로 안다. 그렇게 한 중위는 악마가 됐다. 오보다. 1, 2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 중위는 김 일병을 총 두 차례 군장구보를 시켰다. 한 번은 한 중위가 김 일병과 같이 뛰었다. 김 일병 사망 8일 전, 한 중위는 김 일병이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군장 군보를 시켰다. 한 중위와 김 일병은 총기를 제외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돌았다. 방독면을 쓰진 않았다.
한 중위는 10바퀴 중 8바퀴를 함께 뛰었다고 진술했다. 8바퀴를 함께 돈 뒤 김 일병에게 잘못을 묻고, 다시 두 바퀴를 더 돌도록 시켰다.
두 번째 완전군장 구보는 김 일병 사망 전날 이뤄졌다. 한 중위는 공항으로 대통령 영접을 나가야 할 단장의 정복 단추가 헐거워 김 일병에게 달라고 했다. 김 일병이 해야 할 일이지만 바느질에 자신이 없어해 한 중위가 했다. 한 중위는 단추를 다느라 대통령 도착 시간이 당겨졌다는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단장은 대통령이 오는 행사장에 늦었다.
이후 한 중위는 병사들을 집합시켰다. 한 중위는 이날 병사 두 명이 동시에 면회를 한 사실을 알게 됐고, 중요 행사일에 왜 면회가 중복됐는지를 지적했다. 한 중위는 김 일병과 동료 병사 말이 다르자 왜 거짓말을 했냐고 질책했다.
한 중위와 병사들은 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8바퀴 돌았다. 한 중위는 "나는 전화를 받지 못한 잘못"이라고 했고, 김 일병에게는 "너는 거짓말을 해서 뛰는 것"이라고 했다. 한 중위는 김 일병이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하지 않자 "거짓말을 하지 말자" 구호를 외치며 두 바퀴를 더 돌게 했다.
이날 밤 김 일병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군 검찰은 첫 번째 조사에서 사망이 범죄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음이 판명돼 사건을 종결내렸다고 했다. 2차 조사에선 한 중위가 김 일병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줬지만 직접적인 가혹행위는 없었다며 기소유예한다고 결론 내렸다.
군 검찰은 2차 조사에서 한 중위가 사랑의 벌 내규를 벗어난 걸 문제 삼았다. 얼차려는 중사 이상이 지휘관 보고 뒤 시행할 수 있다는 게 사랑의 벌 내규다. 일과 시간 내에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고, 뛴 거리가 2㎞ 이내야 했는데 3㎞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군 검찰은 한 중위가 사랑의 벌 내규를 어겼지만 직접적인 가혹행위는 없었다며 기소유예 했다.
군 검찰은 김 일병이 남긴 메모에 "요즘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고통을 호소했던 것과 사망 일주일 전 자살 관련 사이트 4곳, 사망 전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던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김 일병이 사망 일주일 뒤 신경정신과 예약을 한 것 등을 고려해 일반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멀쩡한, 전도유망했을 청년이 세상을 떠났지만 적응을 하지 못해 그랬던 것 인양 결론지었다. 책임은 한 중위에게 넘겼지만 그러면서도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고등군사법원은 검찰의 결정이 정당하다며 유족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군은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떠들썩해지자 재조사 후 김 일병을 순직으로 결론을 바꿨다. 가혹행위는 인정하지 않지만 군 내 자살을 순직으로 결정내린 것이다. 책임은 없고, 세상이 시끄러우니, 결론이 바뀌었다. 유족으로선 억울하고, 또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 중위는 가혹행위를 한 것인가, 김 일병은 군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인가. 한 중위는 악마인가, 김 일병은 버티지 못한 사람인가. 한 청년의 죽음은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 곳에 문제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버티어냈기에 남도 버틸 것을 강요한다. 버티지 못하면 낙오라고 낙인찍는다. 누구나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이 낙인을, 이 낙인을 찍은 사람을, 낙인을 찍게 만드는 구조를, 문제 삼아야 마땅했다. 그런 논의는 채 피어나지도 못하고, 한효주 동생이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과 또 다른 낙인찍기, 그리고 가족에게 돌을 던지는 일만 남았다.
한효주는 돌을 맞아야 하는가. 설사 한효주 동생이 죄를 저질렀다 한들 한효주가 돌을 맞을 이유는 없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죄인의 가족은 죄인이라는 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가족에게까지 돌을 던져야 한다면 과연 누가 그 돌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누가 돌을 던질 자격이 있나.
잘못된 믿음과 잘못된 정의가 잘못된 사람에게 겨냥돼 정작 잘못이 있는 곳은 자유롭다.
안타깝다. 정의는 물어야 마땅한 곳에 물어야 한다. 잘못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과 잘못된 정의를 전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잘못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이 되풀이되는 걸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