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 공영방송의 가치를 추구한 '이민정의 가오정' [예능 뜯어보기]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5.26 09:32

'살림의 여왕' 이민정이 이끄는 힐링 예능

사진=방송 영상 캡처

KBS 금요 예능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이하 ’가오정‘)’은 배우 이민정이 이끄는 예능이다.

시골 마을에 생필품을 가득 실은 이동식 편의점 트럭을 몰고 가 장사도 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관찰 버라이어티다. 예능인 붐과 배우 안재현 김정현 김재원이 함께 한다. 17일 1회와 24일 2회에는 배로만 육지와 연결 가능한 효자도로 나서서 1박2일을 담았다.

이민정을 필두로 멤버들은 이동식 편의점을 설치한 트럭 일명 ‘슈퍼카’를 섬 공터에 작동시켜 마을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판매한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전 섬 곳곳을 발로 뛰며 홍보에 나선다. 노년층이 다수인 섬 주민들을 챙기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배달에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주민들과 교류가 이어지면서 정이 오고간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 공급으로 정을 전한 멤버들은 주민들로부터 꽃게 광어 굴 두릅 등을 무상으로 얻으면서 정을 듬뿍 받기도 한다. 주민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맘껏 갖다 먹으라 하기도 하고 멤버들은 주민들의 번거로운 택배 일을 육지에 있는 우체국까지 갖고 나가 대신 처리한다. 정은 정을 부른다.

사진제공=방송 영상 캡처

서로를 향한 마음 씀씀이는 점점 잦아지고 커져간다. 체류 이틀째 이민정은 멤버들과 마을 주민 100인분 식사를 준비한다. 육지까지 다시 나와 수육 100인분 재료를 구해와 대접하는데 주민들이 정말로 맛있어 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겼다.

‘가오정’에는 ‘삼시세끼’류의 한적한 시골에서 요리 즐기기, ‘언니네 산지직송’류의 스타들 고생시키기, ‘윤식당’이나 ‘장사천재 백사장’류의 판매 또는 손님맞이 미션 수행 등 다양한 관찰 예능의 재미가 골고루 녹아있다.

요리 예능으로는 꽃게 광어 두릅 등 주민 제공 식재료와, 멤버들이 배타고 직접 잡은 실치로 이민정이 뚝딱뚝딱 만든 첫날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었다. 편의점 물건 판매, 마을 주민 식사 100인 분 준비 과정은 고생과 미션 성공의 재미를 만나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가오정’은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구도를 근간으로 캐릭터 다양화가 시도된 예능이다. 리더 이민정은 도회적 분위기의 공주 같은 외모로 부엌과 거리가 멀고 사람들과 관계에서도 새침할 것 같은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계량 없이 손맛으로 맛난 한식 요리를 척척 만들어내고 감칠맛 내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등 주방 내공이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본 실치를 산 채로 낼름 먹어보는 털털함과, 멤버나 주민과 마주할 때 시원시원한 태도로 친근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든다.

붐은 주민 다수를 이루는 노인들에게 ‘예쁜 애’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오랜 출연으로 쌓은 친근함과, 특유의 인싸력으로 주민이든 시청자든 화면 안팎에서 노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낸다. 배우 삼총사들은 예쁜 남자, 꽃미남들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외모에 예능적 재능도 겸비하고 있다.

안재현은 종이인형 같은 분위기와, 모기장을 망가뜨리는 등 똥손 행동으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채워 넣고 있다. 신인 김재원은 컵라면을 자청해 끓이지만 용기를 태워 결국 못 먹게 만드는 등 의욕적이지만 허당인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현은 외향적인 나머지 전 멤버들 사이에서 유일한 내향인의 모습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설거지를 알아서 깔끔하게 해놓거나 묵묵히 화면 안 보이는 곳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가오정’은 ‘예쁜’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로 예능적 케미를 일으키는 재미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가오정’은 다른 시골 방문 예능들에 없는 것도 있다. 시청자의 다수인 도시인들로 하여금 시골 거주민들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다. 타이틀에 세 번이나 등장하는 ‘정’이라는 단어를 이런저런 에피소드로 방송 내내 보여주면서 도시와 시골이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서로 정을 주고받는 장면들이 이어지다 주민 식사 대접이 절정부로 등장한다. 멤버들이 정성껏 차린 음식을 주민들이 정말 맛있게 먹는다. 이에 흥이 난 이민정과 김정현은 마을 잔치 분위기로 노래를 한 곡조 뽑는데 이런 에피소드들을 보다보면 잊고 있던 정이라는 감성과, 도시와 시골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우리 속에 훈훈하게 되살리게 된다.

KBS는 공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국영 방송사다. ‘가오정’은 그런 방송사의 존재 의미가 잘 반영된 모처럼의 예능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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