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스파의 새 싱글 '더티 워크(Dirty Work)'는 제목부터 선언적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단단한 자의식을 곡명에 박아 넣었다. 지난해 '위플래쉬(Whiplash)'와 '슈퍼노바(Supernova)'를 거치며 '쇠 맛 나는 음악'이라는 독자적 미학을 구축해 온 에스파는, 이번엔 진짜 제철소로 향하며 음악적 정체성을 물성과 결합해 실재하는 세계로 옮겨낸다.
전작 '위플래쉬'가 음향의 톱니바퀴를 고속으로 갈아대며 정면돌파를 감행했다면, '더티 워크'는 그보다 정제된 긴장감과 절제의 미학을 택한다. 귀를 간질이는 신스 베이스 위에 도회적이고 건조한 보컬 톤을 얹어 쇠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서늘하게 벼려낸 쇠 맛 사운드를 선보인다. 강함의 역치를 폭발에서 밀도로 조정해 쇳결 같은 미감을 쿨하고 칠하게 조형한 음악적 진화다.
이 곡의 서사는 그 정제된 질감 속에서도 강렬한 자의식을 내뿜는다. "전엔 없던, 돌연변이 같아 / 저주야 난 / 다수로 볼 땐 / Set ‘em on fire, 스스로 밝혀"라는 가사처럼 거침없이 전복하는 존재로 자신들을 설계한다. 멤버들의 보컬은 이 같은 가사를 무심한 톤으로 토해내며 오히려 그 안의 단단한 각오를 품어낸다.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메시지를 압도적 규모와 질감으로 시각화한다. 드넓은 야적장, 높이 솟은 철골 구조물, 철근처럼 촘촘한 군무는 그 자체로 더러운 일을 감당하는 레지스탕스의 무대를 구성한다. 에스파는 여기서 사이버 전사도 초현실의 소녀도 아니다. 진흙 범벅이 된 현실 속에서 기꺼이 몸을 움직이는 연대의 전사로 다시 태어난다. 거대한 제철소를 배경 삼아 뛰고, 구르고, 버티며 행동 그 자체로 서사를 쌓는다.
그렇게 에스파는 쇠망치 대신 목소리로 용광로 대신 비트를 두드린다.
'더티 워크'는 에스파가 지금껏 구축한 세계관과 스타일의 확장판이자 반전 카드다. 강철 같은 자기 확신을 바탕으로 한 쿨하고 칠한 전환. 여기서 쿨은 감정의 절제가 아닌 경험을 통과한 주체가 선택한 태도다. 때문에 소리의 자극을 줄었어도 그 밀도가 더욱 쫀쫀하다. 진심으로 벼른 쇠 맛 나는 음률, 철의 질감과 주체성이 만난 이 단단한 곡 앞에서 에스파의 더 큰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