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자할매' 김영희가 당신을 '행복 전도사'로 바꾸는 시간

신윤재(칼럼니스트) 기자
2025.09.04 09:39

부활한 '개콘'으로 '비호감' 이미 떼고 제2의 전성기 맞아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영상 캡처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밑천’과 같다. 여러 활동을 통해 쌓아놓은 하나의 이미지는 이후 한 명의 연예인이 어떤 분야에서 롱런을 할 수 있는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를 쌓는 일도 어렵지만, 그 이미지를 허물고 하나의 이미지를 다시 세우는 일은 더욱 어렵다.

여기 재능은 있지만, 호불호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이 낭비됐던 개그우먼이 있다. 개그우먼 김영희.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15년째를 맞았다. 데뷔 때부터 아줌마 연기를 많이 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가능성은 할머니 역할에서 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불호’의 영역을 청산하고 ‘호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김영희는 2023년 11월 KBS2 ‘개그콘서트’가 부활할 당시부터 ‘당신을 바꾸는 시간’을 시작했다. 이후 ‘소통왕 말자할매’로 코너 이름을 바꿨다. 그것도 5월18일까지 방송이 됐고, 한동안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방청객들은 말자할매를 원했고, 지난 8월10일 방송부터 ‘개그콘서트’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통왕 말자할매’는 말자할매로 분한 김영희가 무대에 나와 방청객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코너다. 그가 공개한 대본에도 인사말과 포스트잇에 붙은 고민, 마이크를 통해 말하는 고민 등을 제외하면 딱히 대사들이 없다. 그가 SNS에 공개한 대본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말인 즉슨 김영희가 순도 100%에 가깝게 애드리브로만 공연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사진=김영희 SNS

일찌감치 TV의 경계를 뛰어넘어간 쇼는 김영희와 파트너 정범균이 전국을 누비는 ‘고민해결상담쇼’로 거듭났다. 지난달 말부터 열린 제1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도 이들의 입담을 들을 수 있다. 김영희는 말자할매로 분해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주고, 정범균은 이를 옆에서 바쁘게 돕는다. 이들의 일정은 이미 전국적으로 꽉 차 있고, 조만간 일본 등 해외에도 나갈 예정이다.

김영희의 순발력은 이 코너의 핵심이다. 고민을 듣고 일단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반드시 자신의 사례를 더한다. 주된 주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보통 가족이든, 연인이든, 상사나 동료든 다른 사람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말자할매는 이들에게 “남 생각할 시간에 자신에게 더욱 상을 주라”고 일갈한다.

그는 이 코너를 통해 이미지가 굉장히 개선됐는데, 과거 김영희는 그렇지 못한 적도 있었다. 김영희는 ‘개그콘서트’에서 ‘두분토론’ 코너로 이름을 알렸다. “소~는 누가 키워~”라고 말하는 박영진의 대사가 인상적인 대사였는데,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여당당’ 소속으로 본격적으로 성별로 대비되는 토론을 주도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젠더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는 소재였지만, 당시에는 웃음으로 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후부터 김영희는 타고난 자신의 장기를 살려 ‘아줌마’ 캐릭터에 몰두한다. ‘봉숭아학당’ ‘희극 여배우들’ ‘불편한 진실’ 등의 코너에서도 비슷했다. ‘끝사랑’에서도 김여사 역할로 정태호와 함께 “앙대여~”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송은이, 김숙, 안영미, 신봉선과 함께 걸그룹 셀럽파이브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전성기가 오는 듯했다.

김영희, 사진제공=A9미디어

하지만 평소 대중의 호불호를 사던 언어와 표현방식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2020년 이후 연예계에 불어닥친 채무불이행, 이른바 ‘빚투’ 사건 때문에 어머니가 연루돼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거듭된 논란에 평소 호불호가 있는 표현방식에 불만이 있던 대중들에 의해 공격을 받으며,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생각할 만큼 시련을 겪었다.

그 순간 2020년 9월 한화 이글스 출신의 전 프로야구 선수 윤승열과의 결혼을 발표한다. 남편과의 에피소드는 김영희의 공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요약하자면 “그렇게 작은 것에 기뻐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 없다”이다. 그리고 남편이 그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다. 이 긍정의 힘은 그를 다시 일으켰다.

코로나19로 모든 희극인들이 어려웠던 시간 김영희는 연극과 e-커머스 활동 등으로 일어났고, 2023년 11월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김영희에게 무대로 돌아갈 명분을 줬다. 그는 방송이나 공연에서나 말자할매를 통해 부정적인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때는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만 봤고, 안 좋은 일들의 이유는 자신인 것 같은 생각에 휩싸였다.

사진='개그콘서트' 방송 영상 캡처

그러나 그가 하는 코너 ‘소통왕 말자할배’의 부제처럼 ‘당신을 바꾸는 시간’을 겪었다. 요약하자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주는 일이다. 김영희는 공연에서 “매일매일 행복한 사람은 행복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고 전제하며 “그러니까 가끔 행복한 사람이 되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작은 메시지 그리고 고민 하나하나에 진정성있게 반응하는 모습은 결국 지금의 김영희를 만들었다.

김영희는 재능있는 개그우먼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인기도 얻었지만, 특유의 호불호로 부정적인 기운도 쌓았다. 심지어 그 ‘부정의 산’에 스스로 갇혀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이미지의 타격을 그는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의 공연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 해결을 바라며 찾아가고 있다.

앞서 밝혔듯,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밑천이다. 시련을 겪었고, 어려워 봤기에 김영희가 연기하는 ‘말자할매’의 위로와 조언은 더욱 다가온다. 그가 쓴 책 ‘가끔은 조언보다 허언’의 제목처럼, 웃음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행보를 걷고 있다. 그의 밑천은 다시 웃음의 곳간에 쌓이고 있고, 많은 대중은 그로 인해 행복을 느낀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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