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없으면 섭한 "말 있죠"…'닥터신', 임성한의 밑도 끝도 없는 파격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03.16 11:31

'뇌 체인지' 소재 꺼내들며 또 한 번의 파격
개연성보다 자극…임성한식 드라마의 몰입 공식

임성한 작가의 첫 메디컬 드라마 '닥터신'은 '뇌 체인지'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내세우며 1, 2회부터 충격적인 전개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개연성보다는 자극적인 사건과 예측 불가능한 인물 관계를 통해 시청자들의 강한 몰입을 유도했다. '닥터신'은 임성한 작가 특유의 과감한 전개와 스타일을 더욱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닥터신' 방송화면 / 사진=TV조선

"양파 같다는 말 자주 들어봤을 거야. 까도 까도 새로울 것 같아."

TV조선 주말드라마 '닥터신'에서 남자 주인공 신주신(정이찬)이 여자 주인공 모모(백서라)를 붙들며 던진 이 대사는 어쩌면 등장인물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를 설명하는 말처럼 들린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드라마. 그것이 바로 임성한(피비)의 세계다.

'닥터신'은 임성한 작가가 처음으로 집필한 메디컬 드라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뇌수술 의사 신주신과 사고로 뇌가 망가진 톱배우 모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뇌 체인지라는 파격 설정, 기묘하게 얽힌 인물 관계가 1·2회부터 빠르게 쏟아지며 임성한 특유의 충격 전개가 강한 몰입을 끌어냈다.

1회부터 전개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스쿠버다이빙 중 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모모가 연인인 신주신의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야기는 빠르게 '뇌 체인지'라는 파격 설정으로 진입한다.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가 현실적인 의료 현장을 기반으로 서사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닥터신'은 애초에 현실에서 성립하기 어려운 극단적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를 밀어붙였다.

'닥터신' 방송화면 / 사진=TV조선

2회에서는 그 파격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모모와 모모의 어머니 현란희(송지인)의 뇌를 교체하는 수술이 실제로 진행되며 극은 단숨에 이상한 영역으로 들어선다. 수술 후 깨어난 모모(뇌는 현란희)가 현란희의 몸을 바라보며 짓는 소름 미소 역시 상당히 자극적이다. 수술에 앞서 현란희가 신주신을 향해 묘한 관심을 드러냈던 장면까지 겹치면서 장면의 기묘함은 더욱 배가된다.

이 전개가 현실적인가를 묻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임성한 드라마에서 개연성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대사, 그리고 예측하기 힘든 인물 관계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과감한 전개가 고도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묘한 몰입을 만들어내서다. 임성한이 '막장의 대모'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품마다 화제를 모은 만큼 논란도 뒤따르긴 했다. '아씨 두리안', '결혼작사 이혼작곡', '압구정 백야', '오로라 공주' 등은 황당한 설정과 전개로 여러 말을 낳았다. 등장인물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고, 영적인 설정이나 운명론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등 일반적인 드라마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임성한은 꾸준히 시청률과 화제성을 만들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보고 또 보고', '온달왕자들', '하늘이시여' 등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다. 당시 작품들은 파격적인 설정에도 인물 감정선과 서사가 탄탄해 대중성과 완성도를 모두 갖췄었다.

'닥터신' 방송화면 / 사진=TV조선

이후 그의 드라마는 점점 더 '임성한식 화법'이 강조됐다. 독특한 이름의 캐릭터, 과장된 감정 표현, 철학적이면서도 가르치는 듯한 대사들이 반복되며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말 있죠"로 시작하는 특유의 대사다. 이 말투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임성한 드라마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닥터신'에서도 이 대사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러한 스타일이 더 노골적으로 강조됐다는 것이다. 서사는 유기적으로 이어지기보다 장면 단위로 툭툭 끊기며 전개된다. 사건 중심의 구성은 마치 짧은 클립이 이어지는 숏폼 콘텐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히려 최근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묘하게 맞물린다. 자극적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닥터신'은 임성한이라는 작가가 구축해 온 세계를 더욱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연성보다는 사건, 현실성보다는 자극, 논리보다는 임성한식 직관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묘하게 끌린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과감함이 몰입을 만들어서다. 늘 상상 이상의 파격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여 온 임성한 작가가 '닥터신'은 어떤 결말로 이끌지 벌써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