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 하지원 "주지훈과 수위 높은 장면, 서로 하고 싶은 거 100% 다 해"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4.07 11:50

역할 위해 45kg까지 감량
"캐릭터 불쌍해 가슴 아파 눈물 나"
"'클라이맥스' 만나 다시 연기 붙잡아"

배우 하지원은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 한때 정상이었으나 내리막길을 걷는 톱스타 추상아 역을 연기했다. 하지원은 추상아의 생존 본능과 뒤틀린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캐릭터의 감정 균열을 외형적으로도 표현하고자 5kg을 감량하여 45kg의 마른 체형을 만들었다. 그는 주지훈과의 수위 높은 장면과 나나와의 동성애 관계성 연기에 대해 언급하며, '클라이맥스'가 연기를 다시 붙잡게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배우 하지원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는 배우 하지원이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다. 그래서 더 신인의 마음으로 치열하게 매달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클라이맥스' 속 하지원은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 맑고 씩씩하던 얼굴을 걷어내고 한없이 위태롭고 욕망에 잠식된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원이 '클라이맥스'에서 연기한 추상아는 한때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톱스타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대중의 사랑을 붙들기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길 자처한다. 영화 '비광'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지원 감독의 제안으로 '클라이맥스'에 합류하게 된 그는 정치·재계·연예계의 복잡한 카르텔 속에서 입체적으로 변모하는 캐릭터에 단숨에 매료됐다.

"이지원 감독님이 '비광' 촬영을 끝내고서 '클라이맥스'를 제안했어요. '비광'도 정말 재밌게 찍었고 감독님과 호흡도 잘 맞았죠. 대본도 흥미로웠고 추상아라는 인물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어요. '클라이맥스'는 다양한 인물들이 관계를 맺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서사가 전개되는 작품이잖아요. 촬영과 연기는 힘들었지만 그 관계와 선택을 만들어가는 서사가 무척 재밌었어요. 특히 상아는 선악의 기준을 떠나 생존하고자 발버둥 치는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어찌 보면 사회가 만든 괴물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궁금한 드라마였고 상아를 연기해 보고 싶었어요."

배우 하지원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하지원이 말하는 추상아의 핵심은 생존이다. 높은 곳에 오래 서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포, 사랑받지 못하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 인물을 움직이는 본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추상아를 먼저 이해하려 했다. 사회 안에서 자기를 지키려다 끝내 괴물처럼 변해버린 한 여자의 비애가, 하지원에게는 무엇보다 먼저 가슴 아픈 지점으로 다가왔다.

"상아가 극에서 '나는 시들어가는 것보단 부서지는 게 낫다'라는 대사를 해요. 이 말이 이 인물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상아도 여배우로서 나아가는 길에서 결국 생존을 택하는 거예요. 끝까지 아름다운 여배우로 사랑받고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서슴지 않는 것도 욕망보다 생존에 더 가까운 행위라고 느꼈어요. 저도 여배우이긴 하지만 상아를 보면서 '정말 가장 힘든 것만 모아놓은 여배우가 아니냐'고 감독님께 말한 적이 있어요. 그냥 저는 상아가 불쌍했어요."

같은 여배우로서 상아의 뒤틀린 정체성과 깊은 불안을 온몸으로 체화해야 했던 그는 대본을 읽으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제가 상아의 선택을 이해해야만 그 인물을 연기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면서 점점 불안정해지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들이 너무 가슴 아팠죠. 대본을 읽을 때도 그냥 눈물이 났어요. 여배우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힘든 것들만 모아놓은 인물 같아서 너무 불쌍했거든요. 본인의 의지든 아니든, 이 사회 안에서 정체성이 변해가며 결국 괴물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연기하다 보니 모든 신이 참 힘들었어요."

배우 하지원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감정의 균열을 외형으로도 담기 위해 하지원은 체중 감량도 감행했다. 몸무게를 5kg 감량해 촬영 당시 45kg의 마른 체형을 만들었다.

"추상아와 하지원은 분명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도 제 평소의 표정이나 말투가 드러나지 않길 바랐어요. 감독님의 디렉팅도 그랬고요. 그래서 나이는 있지만 철저히 관리된, 날카롭고 예민한 몸의 실루엣을 만들려고 했고 의상 역시 감독님이 원한 위태로운 분위기에 맞춰 세심하게 준비했어요. 특히 감독님이 상아가 슬립을 입었을 때 몸에 꼭 맞기보다 품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더 야위고 예민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상아를 둘러싼 인물들의 앙상블, 그리고 서로의 욕망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끈적한 관계성은 '클라이맥스'의 묘미다. 그 중심에는 이해관계로 단단히 묶인 남편 방태섭(주지훈)이 있다. 하지원은 주지훈과 물러섬 없이 부딪히며 팽팽한 긴장감 위에 선 부부의 자극적인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의 결혼은 거대한 이해관계 위에 세워진 관계라, 드라마를 움직이는 핵심 장치라고 볼 수 있어요. 상아가 태섭에게 동지애를 느낀다면, 태섭은 상아를 향한 사랑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감정은 미묘하게 엇갈려 있죠. 주지훈 씨가 워낙 상남자 스타일이고 쿨해서 수위 있는 장면을 찍을 때도 서로 각자 하고 싶은 걸 100% 다 했어요. 제가 강속구로 던지면 여자라고 봐주는 것 없이 또 강속구로 받아쳐 줘서 정말 재밌었어요."

배우 하지원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극 중 방태섭이 추상아에게 의도적으로 곁에 심어둔 정보원 황정원(나나)과 동성애 관계성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상아에게 정원은 과거 쌍둥이처럼 의지하다 세상을 떠난 한지수(한동희)를 떠올리게 하는 기폭제이자 거울 같은 존재. 성적 끌림을 뛰어넘어 지독한 결핍과 권력, 생존의 욕망이 얽힌 인간 본질의 처절한 애착 관계를 밀도 있게 풀어냈다. 화제를 모은 키스신 역시 감정선에 온전히 집중하며 매끄럽게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추상아에게 한지수라는 인물은 쌍둥이를 보듯 거울 같은 존재예요. 그래서 지수가 죽었을 때 '나는 이미 죽었어'라고 말할 정도인 거죠. 대본에서 정원은 지수와 외모도 상황도 비슷하게 설정돼 있어요. 그래서 상아가 정원을 자꾸 지수랑 겹쳐보게 되는 거죠. 저는 동성, 이성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질적인 이야기로 접근해 연기했어요. 꼭 동성애 코드보다는 권력과 욕망에 놓이면서 맺어지는 처절한 관계니까 거기에 더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나 씨와는 서로 캐릭터 이야기도 많이 하고 편한 사이다 보니 키스신도 힘들지 않게 잘 찍었어요."

추상아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행동하는 인물이다. 하지원 역시 자신만의 치열한 시간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데뷔 이후 그는 늘 타인과의 경쟁보다 스스로를 넘어서는 일에 몰두했고, 흥행의 성패 또한 자신의 선택이자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30년을 버텨왔다.

"저는 배우를 시작한 뒤로 옆을 볼 시간이 없었어요. 늘 저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왔죠. 누군가를 질투하기보다 제 갈 길을 계속 바라보며 걸어왔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오래 연기했다는 사실조차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동안 흥행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그건 모두 제 선택의 결과이고 결국 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감정보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 하지원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2021년 촬영을 마친 '비광'의 개봉이 밀리면서 뜻하지 않은 공백기를 겪은 그는 그 사이 배우 하지원과 인간 하지원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방황 끝에 만난 '클라이맥스'는 다시 한번 연기를 붙잡게 만든 작품이 됐다. 추상아라는 인물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장을 새로 새긴 하지원의 다음 클라이맥스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여배우로서 나이 든다는 것도 안정적인 삶에 머무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을 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그림이나 사업처럼 새로운 것들에 계속 도전하는 지금의 삶이 저답다고 느껴요. '클라이맥스'는 표현의 확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작업이었죠. 앞으로는 더 성숙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드리고 싶고, 대중 앞에 나갈 때는 이 인물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커졌어요. 그러면서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재미와 감사함을 다시 크게 느꼈고, 액션을 비롯해 하고 싶은 장르도 더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정말 신인 같은 마음으로 찍었어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