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기다림, 활활 타오른 '아리랑'으로 화답한 BTS 2.0 [K-POP 리포트]

한수진 ize 기자
2026.04.12 07:30

매서운 봄바람 환희로 집어삼킨 4년 만 콘서트 리뷰
콘서트 최초 360도 무대 도입…태극기·탈·강강술래 등 돋보인 한국성
리더 RM "변화 속에서도 7명이 함께한다는 진심은 같아"

방탄소년단은 4년 만에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대규모 월드투어 'BTS WORLD TOUR 'ARIRANG''을 재개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최초로 360도 무대를 도입하고 태극기, 탈, 강강술래 등 한국적 요소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였다. 리더 RM은 "변화 속에서도 7명이 함께한다는 진심은 같다"고 말하며 팬들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당부했다.
방탄소년단 'BTS WORLD TOUR ‘ARIRANG’' 공연 / 사진=빅히트 뮤직

"BTS! BTS! BTS!"

지난 11일 밤,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는 다국적 팬들이 뿜어내는 거대한 함성이 하나로 뭉쳐 메아리쳤다. 숨을 내쉴 때마다 짙은 입김이 피어오르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4만 4,000여 명의 관객이 한데 모여 내지르는 함성은 매서운 봄바람의 쌀쌀함마저 단숨에 집어삼킬 만큼 거세고 뜨거웠다. 지난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투어 이후 무려 4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월드투어 'BTS WORLD TOUR 'ARIRANG''(비티에스 월드 투어 '아리랑').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일곱 멤버와 팬덤 아미(ARMY)의 만남은 그 자체로 거대한 환희이자 벅찬 그리움의 해소였다.

이날 공연은 시작부터 눈길을 휘어잡았다. 붉은 연막탄을 든 수십 명의 댄서들이 무대를 가로질렀다. 훌리건이 연상되는 수십 명의 무리가 질주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순간, 폭발적인 함성과 함께 방탄소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규 5집 '아리랑'의 수록곡 'Hooligan'(훌리건)의 전주가 시작되고, 댄서들 사이에서 제이홉의 파워풀한 래핑이 터져 나오자 스타디움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방탄소년단 'BTS WORLD TOUR ‘ARIRANG’' 공연 / 사진=빅히트 뮤직

이번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콘서트 최초로 도입된 360도 무대였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세트로 활용했다. "정말 오랜만에 360도 공연을 해본다. 아미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던 진의 말처럼, 멤버들은 사방으로 뻗은 돌출무대를 누비며 수많은 관객과 눈을 맞췄다. 히트곡 '달려라 방탄 (Run BTS)' 무대에서는 셀피 핸드헬드 카메라를 활용하고, 입체적으로 오르내리는 원형 무대의 회전을 통해 한층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세트리스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팀의 새로운 챕터인 'BTS 2.0'을 아우르는 미래까지 빈틈없이 채워졌다. 특히 신보 '아리랑'의 궤를 같이하는 한국적 정서의 시각화는 압도적이었다.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과 태극의 건곤감리에서 영감받은 무대 디자인은 전 세계로 뻗어나간 방탄소년단의 굳건한 뿌리를 상징했다.

정규 5집 수록곡 'they don’t know ‘bout us'(데이 돈트 노우 어바웃 어스)에서는 댄서들이 전통 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Merry Go Round'(메리 고 라운드)에서는 승무에서 영감받은 커다란 천이 흩날렸다. 특히 민요 아리랑을 삽입한 'Body to Body'(바디 투 바디)에서는 LED 깃발과 상모를 연상케 하는 리본을 활용해 거대한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짙은 한국의 색채를 뽐냈다.

방탄소년단 'BTS WORLD TOUR ‘ARIRANG’' 공연 / 사진=빅히트 뮤직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출도 돋보였다. 타이틀곡 'SWIM'(스윔)에서 대형 천을 물결처럼 활용해 무대를 꾸민 뒤, 퍼포먼스가 끝날 무렵 천에 가려진 채 자연스럽게 퇴장하며 전환의 순간조차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FAKE LOVE'(페이크 러브), '불타오르네 (FIRE)', 'Not Today'(낫 투데이), 'MIC Drop'(마이크 드롭), 'Butter'(버터), 'Dynamite'(다이너마이트) 등 전 세계를 휩쓴 히트곡들이 밴드 사운드와 함께 울려 퍼질 때면, 멤버들은 4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날것의 파워풀한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했다. 화약과 불기둥, 파이어 건 등 화려한 특수효과가 밤하늘을 수놓았고, 'IDOL'(아이돌) 무대에서는 50인의 댄서와 함께 트랙을 돌며 거대한 행진을 했다. 최근 발목 부상을 입은 RM은 댄서들이 끄는 카트를 타고 환하게 웃으며 팬들과 호흡했다.

공연 중반부 멤버들은 친근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 뷔는 "어제 샤부샤부를 먹었고 잠은 밤 12시 30분쯤 잤다"며 귀여운 TMI를 전했고, 진은 관능적인 눈빛과 함께 특유의 손키스를 날려 환호를 끌어냈다. 랜덤 노래 코너를 통해 'DNA'(디엔에이) 등을 즉석에서 부르며 관객과 스스럼없이 노는 모습은 영락없는 데뷔 초 풋풋함 그대로였다.

방탄소년단 'BTS WORLD TOUR ‘ARIRANG’' 공연 / 사진=빅히트 뮤직

하지만 엔딩 멘트에서 멤버들이 전한 진심은 훌쩍 흐른 시간만큼이나 깊고 단단해져 있었다. 첫날 빗속 공연에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꺼낸 지민은 "6년 반 만의 투어, 4년 만의 앨범인데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고 기다려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늘 옆에 있어달라"고 말했다. 팬들을 향해 큰절을 올린 정국은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몸 부서져라 할 거다. 기다려주시면 다양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리더 RM의 묵직한 고백은 이날 공연의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그는 "저희가 2.0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드리고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일곱 명이 이 일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점, 그리고 저희가 여러분을 생각하는 진심이다. 다 서른이 넘고 독립된 개체로서 함께 일을 해오며 내린 결정들이다. 너그럽게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믿어달라"고 이야기했다.

방탄소년단이 이날 피날레로 부른 곡은 정규 5집의 마지막 트랙 'Into the Sun'(인투 더 선)이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360도로 활짝 열린 스타디움의 중심에서, 이들은 여전히 함께였고 태양처럼 뜨겁게 빛났다. 화려한 불꽃놀이 아래 터져 나온 아미의 연호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거침없이 뛰어든 방탄소년단이 마땅히 받아야 할, 가장 완벽한 화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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