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와 유튜브 생태계를 아울러 걸그룹 리센느(RESCENE)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그 돌풍의 중심에는 유튜브 콘텐츠 '나의 연수 아저씨'를 비롯해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까지 연타석 흥행을 터뜨린 멤버 원이가 있다.
객관적인 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2024년 발매했던 대표곡 '러브어택(Love Attack)'은 음원 차트에서 굳건한 역주행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음악방송 사전녹화에 팬들의 자리가 다 차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리센느는, 이제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환호 속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원이가 이토록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표면적인 이유는 단연 남다른 예능감이다. 코미디언 이선민, 유영우와 함께 출연한 '나의 연수 아저씨'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서 원이는 신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주눅 들지 않는 쾌활함을 자랑하며 예능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가능성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예능감으로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원이의 가장 큰 무기는 아이돌에게서 흔히 보기 힘든 '날 것'의 친근함이다. 아이돌(Idol)의 어원을 따져보면 우상이 등장한다. 최근에는 무대 위에서의 완벽한 모습뿐만 아니라 개인의 출신 배경이나 서사 역시 아이돌을 우상화하는 중요한 셀링 포인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거제에서 나고 자라 사투리가 더 자연스러운 원이는 정확히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자신을 알아본 고향 후배들에게 "고맙다, 섀키들아"라며 거침없는 영상 편지를 남기고, 어머니의 단골 가게에 찾아가 "저 덕연이 딸인데요!"를 외치며 넉살 좋게 반찬을 얻어오는 모습은 대중이 아이돌에게 기대하던 전형성을 유쾌하게 부순다.
이러한 원이의 매력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유튜브 채널 'ODG'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윤성원 PD의 탁월한 기획력이다. 갸루 복장을 한 미나미와 원이가 함께 거제를 방문했던 두 편의 영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거제 1탄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주제곡 'SUMMER'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하며 청춘들의 일상을 담아냈으며, 거제 출신이라는 정체성과 애정을 함축적으로 녹여낸 거제 2탄은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로 키워드를 함축했다.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까지 이끌어낸 두 편의 영상은 지방에서 상경해 꿈을 좇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뭉클한 공감을 건넸다.
나아가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갸루'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미나미와 경주 출신 멤버 제나 역시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며 아직 채널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멤버 메이와 리브에게는 우스갯소리로 '연습생 1, 2'라는 애정 어린 별명까지 생겼다.
또한 리센느 멤버들이 과거에 출연했던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에서는 아이돌이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케미스트리도 재발굴되고 있다.
원이의 행보는 기획사에 의해 치밀하게 조형된 이미지보다, 아티스트 개인의 자율성과 꾸밈없는 일상성이 오히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벽하게 통제된 우상과의 일방적인 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던 대중은,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원이의 자율적인 행보에서 깊은 '진정성'을 발견한다. 친근함이라는 무기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단단한 팬덤 결속력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여동생 같았던 친근한 거제 소녀 원이는 이제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교감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찬란한 아이돌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