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기기 시대에 맞서는 장난감들의 짜릿한 반격. ‘토이 스토리 5’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이들은 부모가 태블릿PC 등 전자 기기를 손에 쥐여주는 순간부터 놀이를 잊고 화면 속 세계에 빠져든다. 영화에서 아이가 있는 집마다 전자 기기 불빛이 비치는 광경을 장난감 친구들이 씁쓸하게 바라보는 장면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어딘가 낯부끄럽다. ‘토이 스토리 5’는 장난감의 시대는 저물었다 해도 장난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매번 나올 때마다 마지막 시리즈가 될 것 같던 ‘토이 스토리’가 다섯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제시와 우디 등 장난감들은 주인 보니가 태블릿에 빠져들자,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다. 전편에서 보핍과 함께 남아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우디가 이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오고, 장난감들은 보니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따로, 또 같이 힘을 모은다.
이번에도 장난감들의 수난이 계속된다. 새로운 장난감과 경쟁하고(1편), 장난감 수집가에게 납치당하고(2편), 보육원으로 보내져 위기를 겪고(3편), 어린 장난감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장난감들에게 더 이상 어떤 위기가 찾아올까 싶지만, 자신들을 대체하는 전자 기기 때문에 주인에게 잊힐 수 있다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다.
‘토이 스토리 5’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감독이다. 픽사의 대표작 ‘니모를 찾아서’ ‘월-E’를 연출했고, ‘토이 스토리’ 1편 2편 각본에 참여한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시리즈의 주제인 우정과 성장, 정체성에 다시 초점을 맞추면서 한층 발전한 기술력을 선보인다.
5편에서 중심에 서는 인물은 제시다. 시리즈가 줄곧 우디의 시선으로 장난감의 존재 의미를 물었다면, 이번에는 과거에 버려진 경험을 가진 제시를 중심에 세운다. 2편에서 처음 등장한 카우걸 인형인 제시는 4편 마지막에 우디가 떠난 후 장난감들의 리더 역할을 맡는다. 에밀리라는 소녀의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던 제시는 이번 영화에서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는 여정에 오른다. 3편에서 주인 앤디와 장난감들의 작별 장면이 ‘토이 스토리’ 시리즈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듯, 제시의 서사는 이번 영화의 가장 강력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기술적인 성취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수백 명의 버즈 라이트이어로 구성된 군단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픽사의 기술력을 단번에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시퀀스다. 또한 상상 장면에는 2D 애니메이션이나 수채화풍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 사실적인 3D 그래픽과 대비되는 효과를 연출한다. 여기에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얻은 말 인형 불스아이와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한 장면들이 더해져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시의 서사를 확대하고 보니와 친구들의 관계를 통해 여성 서사를 자연스럽게 확장한 점은 의미 있다. 다만 중심 캐릭터만 달라졌을 뿐 장난감들이 겪는 위기가 이전 시리즈를 반복한다는 인상을 준다. 시리즈의 장점을 영리하게 변주했지만, 때로는 화려한 볼거리 공세가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오프닝은 ‘토이 스토리’ 외전인 ‘버즈 라이트’(2022)‘가 떠올라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토이 스토리 5’의 미덕은 공존에 있다. 장난감들은 스마트 태블릿, 전자 교육 완구, GPS장난감, 카메라 장난감 같은 전자 기기 장난감들을 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 역시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버려질 운명’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제시가 장난감인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앞서 말한 5편의 명장면이다. 제시의 대사는 극장에서 직접 듣기를 바란다. 30년 동안 우리 곁에서 ‘영원한 친구’로 자리 잡은 우디와 버즈 그리고 장난감 친구들의 모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세월을 더하며 이들과 우정을 계속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토이 스토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여정에 분명 도움이 되는 시리즈다.
정유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