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의 비극 열연 '오이디푸스', 스며들 수밖에 없는 90분 [iZE 포커스]

이경호 ize 기자
2026.07.23 14:51

'오이디푸스', 최수종X임강희X박정자X남명렬 조합 추천

연극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하여 지난 7월 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했다.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최수종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마주하고 고뇌하는 인간적인 왕의 면모를 열연했다. 임강희, 박정자, 남명렬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연극 '오이디푸스'./사진=㈜수컴퍼니

최수종을 필두로 임강희, 박정자, 남명렬 등이 비극 '오이디푸스'를 완성했다.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는 90분의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스며든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원형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과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시대적 고민을 담아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 7월 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오이디푸스'는 개막 전,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주인공 오이디푸스 역을 최수종이 출연을 확정해서다. 최수종은 이번 '오이디푸스'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그의 캐스팅에 또 하나 재미 포인트는 이번에도 '왕' 역할이다. 여러 사극에서 '왕' 역할을 했던 최수종의 '왕 세계관' 확장이었다. '이번 왕 역할은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궁금증, 관객들이 혹할만한 최수종 캐스팅이다. '오이디푸스'가 동 시기에 공연 중인 여느 공연들보다 관람 욕구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물론, 최수종과 더블 캐스팅 된 양준모의 오이디푸스도 기대감을 높인다.

최수종, 임강희, 이형훈, 남명렬, 최수형, 박정자, 황성대, 김동현 등이 무대에서 함께 한 '오이디푸스'는 공연 시간 90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앗아간다. 극 속에서 인물들의 고뇌, 서사를 지켜보는 느낌이다.

연극 '오이디푸스'./사진=㈜수컴퍼니

'오이디푸스'는 시작부터 '고뇌' '의지'에 대한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오이디푸스(최수종 분)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알게 된 후, 비극에서 멀어지고자 길을 떠난 그다. 오이디푸스의 서사는 이렇다. 과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저주의 신탁 때문에 버려져 이웃 국가 코린토스의 왕자로 키워졌다. 오랜 가뭄으로 죽음의 파도가 덮친 테베를 구하기 위해 신탁을 받고 그 답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비극의 고통에 몸부림치게 된다.

오이디푸스에 대한 서사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이에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이디푸스의 여정을 지켜보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빠르고, 간결하게 전개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비극의 극적인 순간들이 극대화됐다. 배우가 캐릭터, 작품에 순간순간 몰입하듯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끄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자신을 파국으로 이끌게 될 '진실'을 쫓는 오이디푸스,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진실, 그 진실이 주는 끔찍한 고통과 이어지는 고뇌. 하지만 다시 삶을 살아가는 의지를 보여준다.

연극 '오이디푸스'./사진=㈜수컴퍼니

'오이디푸스'의 명장면 삼거리와 오이디푸스의 절망 담긴 외침, 그리고 그의 걸음. 비극의 절정이 다가옴을 알고 있는 전개지만, 보게 되는 이유는 역시 오이디푸스가 마주하는 현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다.

이 오이디푸스가 느끼는 고뇌, 책임감, 두려움, 고통의 감정은 최수종이 극 시작부터 하나둘 쌓아 올린다. 이오카스테(임강희 분)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그 순간 최수종의 연기를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사극지왕'으로 안방극장에서 보여줬던 왕의 모습과는 또 다르다. 위엄과 카리스마 가득했던 '왕 최수종'이 아닌, 감정 이입을 유발하는 '인간적인 왕 최수종'의 면모가 드러난다. 여기에 최수종 특유의 감정 표정 연기는 오이디푸스가 느꼈던 인간적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왕 전문'은 허투루 이뤄진 게 아니었음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무대다. 그리고 극 중 그의 대사 "내 발아,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는 극장을 나서면서 잠시 지금의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한다.

최수종이 '오이디푸스'의 전개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열연도 보는 재미가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사진=㈜수컴퍼니

먼저 극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이오카스테 역을 맡은 임강희의 호흡이 최수종과 함께 이 비극 서사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여러 뮤지컬, 연극 무대를 통해 배우로 검증된 임강희는 진실을 외면하려 한 이오카스테의 처절한 심정을 전한다.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는 성량은 최수종과 함께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최수종 임강희 조합의 '오이디푸스'는 조금은 스페셜한 무대를 원했던 관객들이라면 만족할 만하다.

극의 상황을 전하는 코러스장 역할을 맡은 이형훈과 눈먼 예언자로 비극 앞에서 망설이지만 끝내 입을 여는 테레시아스 역의 박정자, 오이디푸스를 비극 가까이로 안내하는 코린토스 사자 역의 남명렬의 활약도 '오이디푸스'의 완성도를 높인다. 배우들이 각자 역할을 100% 이상 소화해 낸다.

최수종, 임강희, 이형훈, 남명렬, 최수형, 박정자, 황성대, 김동현 조합의 '오이디푸스'는 커튼콜 이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연출, 작가 그리고 무대의 각종 장치와 의상, 소품 하나까지. 고전을 기다렸던, 정극의 재미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관객으로 무대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한편, '오이디푸스'는 오는 8월 23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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