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시대상 담은 '오싹한 연애'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29 12:07

동명 원작 드라마와 완벽히 차별화....박은빈 양세종의 호연

사진제공=tvN

매년 무더위와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안방극장의 스테디셀러가 있다. 하얀 소복의 처녀귀신이 자신의 원혼을 풀어달라며 새로 부임한 사또를 찾아가거나, 다리 한쪽이 절단된 남자 귀신이 “내 다리 내놔”하며 사람들을 쫓아가는 장면으로도 기억되는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다. 한국 납량극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그 계보를 올해는 드라마 ‘오싹한 연애’가 이어간다.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와 귀신을 가장 무서워하는 검사가 만나 공포와 로맨스를 함께 그려내며 한여름 밤을 찾아왔다.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극본 최정미, 연출 이민수)는 2011년 개봉해 300만 관객을 동원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도 드라마화되기 시작했다. ‘오싹한 연애’는 그 흐름을 잇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녀 주인공의 직업적 변화다. 영화 속 마조구(이민기)는 거리에서 공연하는 무명 마술사였고, 강여리(손예진)는 관객으로 왔다가 마조구에게 채용된 호러쇼 스태프였다. 두 사람은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움직였다. 반면 드라마는 마강욱(양세종)을 살인사건을 쫓는 검사로, 천여리(박은빈)를 재벌 상속녀이자 호텔 대표로 재설정했다.

사진제공=tvN

마술사와 스태프였던 주인공이 검사와 재벌 상속녀가 된 건 이야기를 움직이는 방식을 달리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114분이었던 영화를 12부작 드라마로 확장해야 하는 과제와도 연결된다. 영화는 두 남녀와 하나의 원혼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드라마는 검사라는 직업을 통해 매회 새로운 사건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귀신을 보게 된 천여리는 귀신에게서 사건의 단서를 얻고, 마강욱이 이를 수사로 연결하는 구조는 사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재벌가를 둘러싼 욕망들에 새로운 인물인 강민환(옹성우)까지 더해지며 드라마적 서사가 완성된다.

무엇보다 진짜 변화는 공포의 대상이 달라졌다는 데에 있다. 영화에서는 귀신이라는 존재가 강여리를 괴롭히고 마조구의 일상까지 흔드는 존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드라마 속 귀신은 단지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로 사건의 진실을 전할 뿐이다. 드라마에서 귀신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존재가 아닌, 매회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존재이자, 주인공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만큼 공포의 방향도 달라졌다. 드라마에서 진짜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다.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사람, 욕망 때문에 타인의 삶을 빼앗은 사람이 공포의 중심에 선다. 귀신은 그저 자신의 억울함을 전할 뿐이고, 그 목소리를 현실의 정의로 연결하는 건 마강욱이다. 마강욱을 검사로 설정한 건 단순히 사건을 많이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원혼의 목소리를 법의 언어로 번역하는 장치인 셈이다. 2011년에는 공포와 로맨스를 결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선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시청자는 수많은 오컬트와 범죄 스릴러를 경험했다. 귀신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더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기에 이번 리메이크는 공포의 무게중심을 귀신에서 인간의 욕망으로 옮겨야 했던 셈이다.

사진제공=tvN

물론 이러한 변화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몫도 중요하다. 박은빈은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거리를 둔 천여리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다. 사고 이후 영안을 갖게 된 그는 자신과 손이 닿은 사람마저 귀신을 보게 된다는 이유로 장갑을 끼고 살아왔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죄책감 속에서 자신을 고립시켰다. 마강욱 역의 양세종 역시 귀신을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검사라는 상반된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정의감 하나로 사건을 쫓던 마강욱은 천여리와 손이 닿으면서 귀신을 보게 되고,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존재와 마주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감당한다. 공포에 질려 도망치면서도 끝내 사건을 외면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코미디와 수사극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귀신이 결국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귀신이 나타날수록 사건은 시작되고, 사건을 함께 해결할수록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제목이 ‘오싹한 연애’인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공포는 사랑을 방해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랑을 시작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매번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날 때엔 원작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했느냐 등으로 점수를 매기곤 한다. 하지만 2026년 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사실상 역할 이름과 귀신을 본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새로운 내용이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두려운 시대의 논리를 이 리메이크가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시대의 ‘오싹한 연애’로 기억될 것이다.

조이음(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