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배우 하영이 증조부 친일 행적 의혹 논란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배우 이세영이 무명 독립운동가로 변신해 화제다.
오는 8월 15일(광복절) 오후 1시 KBS 1TV '관순 동순'이 방송된다.
'관순 동순'(기획 KBS네트워크)에서는 무명 독립운동가 남동순을 재조명한다. 기록된 이름과 기록되지 못한 이름, 관순-동순을 찾아가는 폴란드인 올라의 여정이 그려진다.
◆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아 나선 여정
1999년, 카메라 앞에 앉은 96세의 노인이 자신을 유관순의 고향 친구라고 소개한다. 함께 이화학당에 다녔고, 3·1 만세운동에 참여했으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에 갇혔고, 관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독립운동 지하조직의 연락책이 되었다는 그녀, 남동순이다.
그러나 그 이름은 어떤 공식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독립유공자 명단에도, 판결문 데이터베이스에도 검색 결과는 '0건'이다.
"제가 태생이 목천이에요. (관순이랑) 알게 되고 친구가 되지요. 비밀결사대에 들어가 독립운동 군자금을 날랐어요" - 1999년 KBS 방송 영상 속 남동순 여사의 증언 중
'관순 동순'은 바로 그 공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몇몇 독립영웅들에 가려진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무명씨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헌사로 나아간다. 남동순이란 특정 개인을 넘어, 이름이 남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로 의미를 확장한다.
"기록의 부재가 존재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엔 기록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인 거죠" - 김재원 역사학자
기록이 남지 않았을 뿐, 그들의 존재는 너무나 자명하다. 유관순 열사가 주도한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3천여 명, 그러나 이름이 기록된 이는 100명이 되지 않는다. 서대문형무소의 수형기록카드의 원판 번호는 일제강점기 6만 5천 명 이상이 수감되었음을 말하지만, 현재 기록이 남아 확인된 인물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 이세영, 기록되지 못한 이름 동순이 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덕임, '왕이 된 남자'의 유소운, '열녀 박씨 계약 결혼뎐'의 박연우까지, 배우 이세영은 사극에서 존재감 강한 이름들을 연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자리에 선다. 이름이 남지 않은 여성, 스스로 이름을 지워야 했던 여성 남동순이다.
이세영이 연기하는 남동순(아역 차준희)은 유관순 열사의 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소녀에서, 친구의 죽음 이후 스스로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인물로 변모한다. 치마 속에 군자금을 숨기고 강을 건너던 순간, 일본 헌병 앞에서 태연히 "미령입니다, 남미령"이라고 답하는 장면,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지의 이름을 대지 않고 이를 악물던 얼굴까지, 이세영 배우는 짧은 대사와 상황만으로도 동순이라는 인물의 결을 진정성 있게 만들어냈다. 특히 친구 관순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는 독백 내레이션은 이 작품의 정서적 축을 담당한다.
제작진은 "이세영 배우가 짧은 촬영 일정에도 동순이란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고 현장에 왔다"라면서 "증언으로 되살려낸 인물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연기를, 과장 없이 단단하게 완성해주었다"고 전했다.
◆ 3.1운동의 불꽃이었던 소녀 관순이 된 배우 천희주.
배우 천희주는 유관순 역(아역 이은서)을 맡았다. 천희주가 완성한 유관순은 열사이기 전에 그 시대를 살았을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런 소녀가 서대문형무소 감방에서 옥중 시위를 벌이며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정점이다.
제작진은 "천희주 배우가 유관순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정면으로 감당했다"며 "특히 옥중 만세시위 장면에서 항거의 에너지를 밀도 높게 연기해 뜨거운 감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한국과 폴란드의 닮은 역사, 폴란드인 올라의 시선
관순과 동순의 과거 재연 장면과 교차하며 현재의 여정을 이끄는 프리젠터는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폴란드 여성 올라 씨다.
그녀가 남동순이라는 낯선 이름에 끌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폴란드 역시 100년 넘게 지도에서 사라졌던 나라이며, 그녀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독일군의 총에 중상을 입었었고, 할머니의 삼촌은 폴란드 저항군이 되었던 가족사가 있다.
올라는 천안의 유관순 생가와 서울 정동의 이화박물관, 아우내 순국자추모각과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유관순연구소 등을 찾아다니며 관순과 동순의 흔적을 더듬는다. 우리와 닮은 역사를 가진 폴란드 여성의 시선을 빌린 이 구성은 익숙한 역사를 낯설게 만들어 시청자가 광복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고 공감하도록 이끈다.
◆ 백비 앞에 서다 –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헌사
여정의 끝은 국립대전현충원이다.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비석들 뒤로, 아직 아무 이름도 새기지 못한 백비(白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올라는 끝내 남동순의 기록을 찾지 못한다.
찾지 못한 그 실패,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이다. 한 송이 꽃으로는 봄을 만들 수 없듯, 이름이 비어 있는 그 자리는 차디찬 겨울과 맞섰던 이름 없는 꽃들의 자리이자,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동순'들의 자리다.
무명 독립운동가 남동순, 그리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 '관순 동순'에서 두 독립운동가의 발자취와 숨은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배우 하영이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 논란으로 연예계가 시끌벅적하다. 이런 가운데, 광복절에 '관순 동순'이 일제강점기에서 독립을 바랐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의 여정을 다루면서 시청자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함께 돌아보며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배우 하영이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 후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이 논란이 되면서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영은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이력을 언급하면서 증조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방송 후 하영 증조부와 관련해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논란이 계속되는 중 하영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접하며 가족의 역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이번 일을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에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며 독립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영과 관련해 그와 반대인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조명하며 상반된 상황을 언급했다. 또한 하영의 차기작, 광고 등도 입방아에 오르면서 연예계는 시끌벅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