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산지직송' 마침내 찾은 시즌제 공식 [예능 뜯어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8.19 11:28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관계 발견
예능적 장치 남발은 정체성 훼손할 수도

tvN '언니네 산지직송3'은 맏언니 염정아를 제외한 김선영, 강유석, 노윤서 등 새로운 멤버들로 가족을 꾸려 돌아왔다. 제작진은 납치와 같은 예능적 장치를 통해 출연진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과 웃음을 유도했다. 산지에서 일하고 얻은 재료로 밥을 해 먹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사진제공=tvN

시즌제 예능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시청자가 원하는 만큼의 익숙함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지 않다면 ‘새 시즌’만의 재미가 없고, 기존의 익숙함을 지워버린다면 ‘내가 좋아했던 그 프로그램’의 정체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결국 시즌제 예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tvN ‘언니네 산지직송’은 그 어려운 문제에 꽤 영리한 답을 내놓으며 어느덧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언니네 산지직송3’(이하 ‘산지직송3’)은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는 ‘언니’ 염정아를 제외한 가족을 새롭게 꾸렸다. 대신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산지에서 얻은 재료로 밥을 해먹고, 하루를 보내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그대로 이어간다.

사진제공=tvN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앞서 말했듯이 구성원에 있다. 첫 시즌부터 함께한 경력직 맏언니 염정아를 제외한 세 명의 동생들이 모두 새롭게 합류했다. 말도 많고 정도 많은 둘째 김선영, 능청스러운 남동생 강유석, 싹싹하면서도 섬세한 막냇동생 노윤서. ‘산지직송’이 인생작이라는 김선영과 어린 시절부터 염정아의 팬이었다는 강유석, 염정아와 작품을 함께한 인연이 있는 노윤서는 저마다의 팬심과 애정을 품고 이번 시즌에 합류했다. 새로운 사남매 역시 산지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얻은 재료로 함께 밥을 해 먹으며 ‘식구’이자 점차 ‘가족’이 돼간다.

이들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위해 제작진은 ‘납치’라는 예능적 장치를 꺼내든다. 첫 산지에서 네 사람은 포스터 촬영인 줄 알고 배에 올랐다가 조업에 투입되고, 두 번째 산지에서도 감자와 양파를 뽑으러 간다고 생각했다가 또다시 조업 차량과 마주한다. 연달아 속고 나니 출연진들은 제작진을 믿지 못하는데, 이렇게 쌓인 불신은 오히려 또 다른 웃음으로 작용한다. 강유석이 혼자 조업에서 빠져 돌아온 뒤 염정아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미 제작진에게 당한 바 있는 염정아는 강유석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 가족이잖아’라고 호소하는데도 믿지 않고, 오히려 “너 나 끌고 가려는 거지?”라며 의심한다. 제작진의 몰래카메라는 염정아와 강유석 사이를 ‘서로를 의심하는 남매’라는 새로운 관계로까지 이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족이기에 가능한 웃음이자 새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재미다. 이렇게 산지에서 벌어지는 노동에 더해진 예능적 장치는 멤버들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

사진제공=tvN

그렇다고 해서 ‘산지직송3’이 노동 예능(?)으로 탈바꿈한 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처음부터 출연진들이 산지에서 땀 흘려 얻은 재료가 밥상으로 이어지는 데에 있었다. 이번 시즌에서 역시 통영에서의 멍게는 된장찌개와 구이가, 견내량 돌미역은 솥밥이, 거제도에서 뽑은 양파와 감자는 카레 대전의 재료가 된다. 산지에서의 노동과 사남매의 식탁이 하나로 연결되는 흐름은 계속된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은 매번 바뀌는 산지에서 함께 일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 사이에 피어나는 관계일지 모른다. 이 반복 속에서 출연자들의 성격이 드러나고 관계가 형성된다. 낯선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가족이 돼가는 생활 예능이자 관계 예능인 셈이다.

바로 이 지점이 ‘산지직송’을 시즌제로 이어가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됐는지도 모른다. 첫 시즌부터 함께했던 출연진들이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등장해야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자의 변화는 프로그램의 위기와 직결된다. 하지만 ‘산지직송’은 사람과 장소가 바뀌어도 ‘언니’ 염정아를 중심으로 산지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얻은 재료로 밥상을 차리는 큰 틀만은 변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첫 시즌 이후 세 번째 시즌과 그 사이 방송된 스핀오프까지, 출연진과 배경을 바꿔가면서도 이야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함께하더라도 관계와 밥상은 탄생하고, 매번 염정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이 완성된다.

사진제공=tvN

물론 지켜야 할 선도 분명하다. ‘산지직송’의 가장 큰 매력은 언제나 함께 땀을 흘리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의 삶에도 어쩌면 가장 익숙하고 평범한 그 순간에 있다. 때문에 납치와 복불복 등 예능적 장치가 지나치게 두드러지면 이 프로그램 특유의 느슨하고 편안한 생활감이 희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충분히 새 시즌에 익숙해지는 재미적인 장치로만 작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산지와 가족은 바뀌어도 땀 흘려 수확한 무언가로 밥상을 차리고, 그 앞에 앉아 웃고 떠드는 하루의 풍경은 계속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대신,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것. ‘산지직송’이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하며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영리한 시즌제의 공식이다. 이제 막 새로운 사 남매의 첫 페이지를 넘긴 지금, 남은 여정에서 이들은 또 어떤 다정함을 쌓고, 어떤 웃음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이유도 충분하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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