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 센' 빅뱅이 20주년 맞아 팬들에게 준 선물 [K-POP 리포트]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6.08.20 13:57

데뷔 20년 기념 싱글 '신곡 ‘BiiiG’ 발매

빅뱅이 데뷔 20주년을 기념하여 신곡 'BiiiG'을 발매하며 케이팝계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신곡은 멤버들이 그룹의 성장과 각자의 영역 확장을 동시에 일궈온 현재를 '같이 따로 놀지'라는 가사와 제목의 알파벳 'i' 세 개로 표현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성대는 20년 이상 생존해온 빅뱅의 성취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멤버 탑이 함께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얼마 전 드라마계의 거장으로 불린 안판석 PD가 별세했다. 향년 64세. 나에겐 인생 드라마인 ‘하얀거탑’을 연출한 사람이어서 다른 유명인들의 부고처럼 스치듯 대할 순 없는 비보였는데, 그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훗날 일을 대하는 나의 좌우명이 되기도 했다.

“센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센 놈인 거야.”

클래식. 이는 단순히 음악 장르를 뜻하는 게 아니다. “살아남은 센” 것들을 우린 클래식이라 부른다. 기준은 딱히 정해진 건 없지만 최소 20년 이상을 버티면 저 반열의 입구를 허락받는 식이다. 이번에 신곡 ‘BiiiG’을 낸 빅뱅이 올해 정확히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즉 7년이 고비라는 아이돌 레드오션의 2세대 생존자로서 케이팝계 클래식에 범접 중이라는 얘기다. 새 싱글의 가사에서 각각 미술계와 스포츠계의 클래식 아이콘인 살바도르 달리, 무하마드 알리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같은 곡 뮤직비디오에서 지드래곤이 단 하나의 클래식 록 밴드인 AC/DC 티셔츠를 입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신곡 ‘BiiiG’은 마치 에스파의 ‘Whiplash’에서 베이스 비트를 끌어올리고 빅뱅 고유의 유쾌함 및 관능미를 거기에 더한 느낌을 준다. 이 예상된 흥분은 물론 곡이 빅뱅의 데뷔 20주년을 축하하는 싱글이기 때문일 터. 그에 맞게 노래에서도 일단 자신감이 끓어오른다.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썸네일에 담긴 세 멤버의 트렁크 샷(Trunk Shot)이 강조하듯, 구관이 명관임을 안다는 그룹의 막을 길 없는 저 고밀도 스웩은 총의 장전 및 격발, 또는 붉은 노을 같은 이미지로 대표되는 지난 시절의 반추와 뒤섞여 끊임없이 넘실댄다. 이는 분명 유행을 넘어서기보다 지금의 트렌드를 의식, 실천하고 있는 자신들을 강조하는 듯한 청춘의 음악과 몸짓이다.

냉소와 유머로 점철된 지드래곤의 랩이 이끄는 노랫말에선 태양과 대성이 번갈아 노래하는 “우린 같이 따로 놀지”가 특히 귀에 잡힌다. 이 짧지만 뜻깊은 한 마디는 멤버들이 그룹의 성장과 각자 영역의 확장을 동시에 일궈온 걸 환기시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함께 어울리는 곡 안에서도 세 사람의 무대는 분명히 구분되고 있는데, 뜻 그대로 그룹의 ‘크기’를 가늠케 하는 곡 제목에서 ‘i’가 세 개인 것도 결국 “같이 따로 노는” 멤버들의 현재를 말하는 것으로 나에겐 읽혔다. 노랫말 일부를 빌리면 요컨대 ‘BiiiG’은 다 큰 빅뱅 음악의 성인식이요, 굽이굽이 스무고개 끝에 도달한 정답이다. “자신이 소유한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변화라도 참신한 것에는 가치를 두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빅뱅은 자기들도 모르게 160여 년 전 찰스 다윈이 한 말을 지난 20년간 이해, 실행해 온 셈이다. 이 역시 '클래식'의 일부이겠다.

최근 빅뱅과 비슷하게 데뷔 22주년을 맞은 미국 록 밴드 얼터브리지의 마일스 케네디(보컬/기타)는 영국 잡지 ‘록 사운드(Rock Soun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신인일 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또는 아예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물에 빠지지 않고 버티려 애쓰게 됩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앨범을 낼 때마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노력하죠. 바로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재발견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 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어요.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 말이죠. 팬층(팬덤)의 경우는, 생겼다는 걸 깨닫게 되면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게 안주하는 태도로 이어지지는 않게 해야 합니다.”

국적, 장르를 떠나 팀을 이뤄 20년 이상 버텨낸 아티스트라면 모두가 공감할 얘기가 아닐까. 빅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 한 가지. 이 고군분투 끝 '뱅봉'(빅뱅의 공식 응원봉)의 빛이 탑(T.O.P)을 비추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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