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 촬영장에 돌아갔지만 '승산 있습니다'가 처한 난감한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멈추기에는 너무 많이 찍었고,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여론이 너무 거세다. 주연 배우를 바꾸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쪽을 택해도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이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일 "하영이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기존 촬영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영은 지난 13일 '승산 있습니다' 촬영 도중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촬영이 수 시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작진의 배려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이날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과 하영이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는 '승산 있습니다'는 전직 변호사 출신 사무장 권백이 이끄는 법률사무소가 승산 없는 사건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법조물이다. 이제훈이 권백을, 하영이 돈도 배경도 없지만 성실함으로 성장하는 신참 변호사 여심희를 맡았다.
하영은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인 후 출연작과 광고, 차기작까지 후폭풍이 번진 상황이다. 자필 사과문에도 비판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SBS는 현재 "출연 배우와 관련된 최근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함께 다각도로 신중하게 논의 중"인 상황이다.
촬영을 대부분 마친 상황에서 하영을 교체하려면 기존 분량을 폐기하고 사실상 작품 상당 부분을 다시 찍어야 한다. 제작비 손실은 물론 이제훈을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한다. 세트와 장소, 의상, 후반 작업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작품 외적인 논란 때문에 수개월간 쌓아온 현장을 되돌리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영을 그대로 안고 예정대로 방송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사과문이 나온 뒤에도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과 일주일간 휴식을 취했다는 내부 상황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다시 달아올랐다.
작품을 둘러싼 상황도 공교롭다. '승산 있습니다'는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데다 내년 2월 26일 첫 방송을 목표로 한다. 예정대로라면 삼일절을 불과 사흘 앞두고 공개하는 셈이다.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인 하영이 일본 원작 드라마의 주연으로 삼일절 직전 안방극장을 찾게 되는 만큼 제작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하영과 함께 남은 촬영을 마친 뒤 후속 대응을 논의하는 것이 제작진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어느 선택이 가장 적은 피해를 남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승산 있습니다'는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에서 돌파구를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작품 밖에서 맞닥뜨린 이번 난관에는 좀처럼 뚜렷한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촬영장에 복귀한 하영이 남은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SBS가 작품과 출연진을 지키면서 성난 여론까지 설득할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