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하우스', 늦더위 물리쳐줄 홈캉스용 팝콘무비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8.21 08:00

재난 영화서 시작해 SF, 스릴러로 변모하며 시선강탈

넷플릭스 영화 '라스트 하우스'는 정체불명의 재난으로 집 안에 고립된 제이슨 가족의 생존기를 다룬 작품이다. 바그너 모라와 그레타 리가 주연을 맡아 재난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감정과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영화는 중후반부 SF 크리처물로 전환되며 개연성과 주제 연결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재난 영화가 여름 극장가를 책임지던 공식이 깨진 지도 오래다. 극장용 재난 영화가 자연재해부터 외계 침공, 지구 멸망까지 압도적인 스케일과 볼거리로 승부했다면, OTT에서 만나는 재난 영화는 고립된 공간과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올여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라스트 하우스’도 그렇다. 재난과 SF, 가족 영화가 결합된 이 작품은 재난으로 집 안에 갇힌 한 가족의 생존을 그린다. 이들은 집 안에 있어야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야 살 수 있을까. ‘라스트 하우스’는 집에서 즐길 만한 재난 오락 영화다.

제이슨(바그너 모라)과 앤(그레타 리) 부부는 아들 그레이엄, 딸 루스와 함께 시애틀의 한 주택에 살고 있다. 대출금이 남아 있는 집은 곳곳에 하자가 있고, 체납 독촉장까지 날아들지만 네 가족은 단란한 일상을 보낸다. 겨울을 앞둔 일요일 아침, 거센 폭우가 쏟아지고 갑자기 집의 모든 문과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깨고 벽을 뚫으려 해도 소용없다. 이웃들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한다. 전화와 인터넷까지 끊긴 가운데 제이슨 가족은 집에 남아 있는 식량과 물로 하루하루 버티기 시작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라스트 하우스’는 정체불명의 재난이 닥친 세상을 거대한 스케일로 펼치는 대신, 하루아침에 집 안에 갇힌 가족의 생존기를 다룬다. 부부는 두 자녀와 생활 규칙을 만들고 전기, 물, 가스가 끊길 상황에 대비한다. 가족은 빗물을 모으고 작물을 기르는 등 살아남을 방법을 찾지만 식량은 줄어들고, 잠깐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고립은 며칠에서 몇 주로, 몇 주에서 몇 달로, 몇 달에서 몇 년으로 이어진다.

제이슨 가족의 일상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뀐다. 인터넷이 되지 않자 가족들은 함께 DVD를 보고 LP를 듣고 운동을 한다. 제이슨은 아이들과 놀이 수업을 하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친다. 부부는 오염이 사라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대출금 걱정을 덜어 내고 “이상하게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립이 가져온 생활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가족을 끈끈하게 만드는 순기능을 낳는다. 이들의 생활을 보면서 우리가 지나온 코로나 시절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이 영화가 재난 영화에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변모하는 건 사람들을 가둔 집 밖의 존재 때문이다. 비로 집 주변에 장벽 같은 것을 만든 정체불명의 존재가 가족을 위협한다. 문제는 집 안에서도 발생한다. 지속된 비 때문에 내려앉는 집, 아픈 반려견, 식량 부족, 자신들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도울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족 사이에 균열을 일으킨다.

두 주연배우는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패스트 라이브즈’ 이후 할리우드의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온 그레타 리와 ‘나르코스’ 시리즈, 최근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로 유명한 바그너 모라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바그너 모라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장이자 엔지니어로서 직업적 기술을 발휘하는 아빠 역할을, 그레타 리는 재난 상황 속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도 가족 구성원을 보살피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두 배우는 재난이 길어질수록 흔들리는 부부의 감정과 관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가족 생존극에 힘을 싣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가족 생존극으로 보면 영화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부터 부모와 성장한 사춘기 자녀들의 갈등까지 세밀하게 다룬다. 다만 중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SF 크리처 영화로 전환하면서 아쉬운 점을 드러낸다. 급기야 집 안까지 침입한 크리처에 대한 설명이 추측에만 의존할 뿐, 시청자가 충분히 납득할 정도로 제시되지 않는다. 크리처 디자인의 참신성이 떨어지는 점도 후반부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긴장감이 한껏 상승해야 하는 시점에 영화는 익숙한 클리셰를 따르면서 킬링타임용 영화에 머무르고 만다.

마침내 크리처와 정면승부를 하는 가족의 선택은 비장하다. 최후의 일격이긴 하지만 개연성 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영화가 결국 보여주고자 한 자연과 환경이라는 주제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성급하게 마무리된 점도 아쉽다. 영화의 연출은 ‘나우 유 씨 미: 마술 사기단’,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루이 르테리에 감독이 맡았다. 괴물과 맞서는 방법을 재기 넘치게 연출하기도 했지만, 여러 편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기엔 소품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가 다 보여주지 않은 세계는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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