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3차 입장문을 낸 이후에도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까지 직접 썼지만, 석연치 않은 지점이 남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렌터카 예약 및 사용 시점을 둘러싸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4차 입장문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사면초가다.
먼저 3차 입장문을 두고 ‘궤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1, 2차 입장문 보다는 분명 많은 내용을 담았고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또 다시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는 ‘변명’으로 흘렀다.
제작진은 "제한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근거리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능성을 살펴봤으며, 전현무가 평소 관심을 보여온 여행지와 당시 항공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카자흐스탄행이 결정될 경우 곧바로 촬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태프의 항공권을 미리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도 요청해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스태프 항공권 사전 발권’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즉흥 여행’이라는 콘셉트는 이미 훼손된 셈이다.
제작진은 이어 "전현무가 당일 공항에서 출발 가능한 항공편을 확인한 뒤 카자흐스탄행 항공권을 현장에서 직접 발권했다. 전현무가 당일 다른 목적지를 선택하거나 카자흐스탄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당 스태프 항공권은 취소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 역시 여행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담아낼 계획"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작진이 말한 ‘근거리 국가’의 개념은 매우 모호하다. 카자흐스탄은 비행 시간만 약 7시간이 소요된다. 일본, 중국을 비롯해 웬만한 동남아 국가들이 더 가깝다. ‘전현무의 평소 관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카자흐스탄 외에 제2, 제3의 국가를 택하는 경우의 수도 고려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로 가는 티켓도 미리 발권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만약 제작진이 그렇게 했다면 다른 국가 발권 사실도 미리 밝혔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3차 입장문을 두고 대중은 "제작진이 작두를 탔나?" "이건 예측이 아니라 예언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전현무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을까?"라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이번에는 렌터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전현무가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사본을 제출하고 차량을 인도받은 것이 불법이라는 지적은 나왔고, 이는 사실이었다. 제작진은 "방송 이후 관련 서류 미비에 대한 지적을 접하고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카자흐스탄 내에서 차량을 대여하려면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법규를 세심하게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고개숙였다.
하지만 6일 추가로 수면 위로 올라온 의혹은 더 치명적이다. 이 날 네티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방송에서 이번 여행을 ‘단 29시간’이라고 소개했지만, 방송 화면에 나타난 렌터카 대여 기간은 2026년 8월 6일 오전 9시 8분부터 8월 8일 오전 9시 8분까지 정확히 48시간으로 설정돼 있었다"면서 "방송상 알마티행 항공편은 8월 6일 오전 11시 10분(한국시간) 인천을 출발한다. 대한민국은 UTC 9, 알마티는 UTC 5로 한국이 알마티보다 4시간 빠르고, 방송에서는 인천에서 알마티까지 약 7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알마티 도착은 한국시간 약 오후 6시 10분, 알마티 현지시간 약 오후 2시 10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따라서 렌터카 대여 시작시간인 오전 9시 8분은 한국시간으로 보더라도 인천 출발 전이고, 알마티 현지시간으로 보더라도 실제 도착 예상시각보다 약 5시간 이르다. 한국시간과 알마티 현지시간 어느 쪽으로 해석하더라도 실제 차량을 수령할 수 없는 시기"라며 "제작진이 카자흐스탄행 스태프 항공권을 사전에 발권해 뒀다고 밝힌 만큼, 렌터카의 사전 예약, 준비 여부 역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방송에는 렌터카 예약 신청을 최종적으로 완료하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는 만큼, 해당 장면이 실제 예약 절차를 그대로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방송상 ‘즉흥여행’의 맥락을 강조하기 위해 별도로 연출, 재구성된 장면인지 합리적인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나 혼자 산다’를 둘러싼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1, 2차 입장문은 사과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 상황을 ‘대충’ 넘어가려는 인상이 강했다. 3차 입장문은 논란의 핵심을 알면서도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해시키려는 식이었다. 그 후폭풍은 거세게 돌아왔다.
이쯤되면 ‘나 혼자 산다’는 이제 마지막 변명의 기회만 남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흥 여행’이 추진되는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열어놓고 잘잘못을 따져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의 존폐까지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제작진이 키웠고, 자초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